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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思鄕)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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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思鄕)

 

                  - 청강 허태기 -

 

 

내가 태어난 곳 유흥리(柳興里),

야윈 계절 뉘었던 허리 펼치고 봄 기운 더불어

푸르름을 머금고

새잎을 틔우며 자비(慈悲)의 나래 펼치는 어머니의 품이여.

 

그다지 높지도 낮지도 않은

그러면서도 동네들이 환히 드러나 보이는

옛 등잔같은 봉화산(峯火山) 아래로 아담하게 자리잡은

새싹들 배움의 터전이었던 대흥초등학교,

삼계동을 마주한 교정의 뒤 안은 느티나무 숲이 북풍을 가로막아 섰고

운동장 앞뜰의 오래된 벗나무 들은

봄이면 눈처럼 새하얀 벗 꽃이 화사하게 온통 하늘을  수놓곤 하였지.

 

교정의 둑, 푹신한 잔디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면

멀리 벽방산(碧芳山)을 등지고 

왼쪽으로 만년거북 형상의 암전리 뒷산을,

오른쪽으로 고성만(灣)을 향한 유동의 용머리 산을 끼고

바다를 닮은 듯, 넓고 큰 대가저수지는 여의주 마냥  

때묻지 않은 어린 소년소녀들의 푸른 꿈을 품었네.

 

봄이 오면 신흥마을 서재고개에는 진달래가 산불처럼 타오르고

밭뚝에는 쑥과 달래를 캐는 아낙들의 웃음소리가

봄바람처럼 싱그럽고

여름이면 당산정 정자나무의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소리에

한 더위를 잊어버리곤 했었네.

 

코스모스가 필 무렵이면

대흥초등학교의 운동장은 가을 운동회로

만국기가 청명한 하늘을 수놓은 가운데

청군백군을 나눈 응원가가 운동장을 메아리 치고, 

시퍼런 잉크로 '상(賞)' 도장을 찍은 노트를 받는 아이들이

그렇게 부러워보였던 그 시절.

 

마음으로 그리면 지금도 눈앞에 다가오는 

어린 시절의 아지랑이 같은 기억들, 

뿌연 먼지를 일으키고 자갈을 튀기며 달리는 시골버스의

뒷태를 따라 아련한 옛 추억이 저수지 곁길을 따라 

멀리 5일 장이 열리는 고성장터로부터 간 절인 갈치 두서넛 마리와

까만 고무신을 사들고 오실 할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이 새삼 그리운

내가 나서 자란 고향이며 어린 시절 보금자리였던 유흥리여,

내 영혼의 안식처로 가슴 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파란무지개로 갈무리 되어있나니.

 

 

[20120404]

 

  • 강길형 陽山八景風光
    碧樹雲霧鎖天台(벽수운무쇄천태) 푸른숲 운무 섞여 천태산에 잠겼는데
    奇岩如畵俺九折(기암여화엄구절) 기암절벽 그림같아 구비구비 휘감았네
    泰山俊領走競馬(태산준령주경마)태산위의준봉들은말달리듯경주하고
    銀杏蓮燈繞寧國(은행영국요영국)천년은행나무초파일연등영국사를감싸안네
    鳳凰降仙舞松湖(봉황강선무송호)강선대의봉황들은송호에서춤추고
    龍失如意陽山歌((용실여의양산가)여의주일은청룡영산가를부르짓는구나
    薄醉飜思境靜對(박취번사경정대)양간취해생각날려고요한경계대하니
    五行到此便宣體(오행도차편선체)이내몸이도취되어떠나갈줄모르겠네
    내고향 충북영동 양산팔경을 漢詩로 노래함.
    2012-04-06 07:08 댓글삭제
  • 김혜숙 고향은 어머니의 품이지요.
    좋은 시 감사히 감상합니다.
    짖궂은 꽃샘추위로 그리움만 더해갑니다.
    2012-04-07 21:00 댓글삭제
  • 허태기 고향을 그린 멋있는 한시 감사합니다. ^^ 2012-04-14 09:53 댓글삭제
  • 허태기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2012-04-14 09:53 댓글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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