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반란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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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반란
- 청강 허태기 -
겨울 심통으로
봄철이 되어도
봄이 옴짝 못하다가
갑작스레 밀어닥친
후끈한 봄기운으로
숨죽이며 기다리던 봄꽃들이
쓰나미처럼 밀려든다.
계절도 철이 있고
계절 따라 피는 꽃도
질서와 차례가 있건만
올해 봄꽃들은 차례를 지키지 않는다.
봄이 오면
영춘화가 먼저 꽃을 피우고
매화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차례차례 피더니만
올해는 막차를 타는 상춘객처럼
한꺼번에 몰려와서 야단스럽게 핀다.
매화는 선비네 뜰에서
개나리는 시골집 울타리에서
벚꽃은 개울가의 길옆에서
진달래는 아늑한 산기슭에서
피는 것이 제격이지만
꽃들도 이제는
사람들의 편의에 의해
아무 곳에서나 피어나고
계절의 변덕으로
순서도 차례도 망각한 채
너도 나도 뒤질세라 서둘러
노랑 빨강 하얀색 꽃망울들을
어지럽게 터트린다.
[20120416]
계절이 깊어갑니다.
모쪼록 건강한 나날이시길 기원드립니다 2012-04-19 2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