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핵으로 갚는 北 ... 대화 단절만 탓할 건 아냐`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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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기자
입력 : 2012.05.02 03:07
금산사 조실 추대된 불교계 원로 월주 스님
"北주민돕기운동 10년 했지만 도움받고도 포탄 쏘는 그들
용보다 뱀이 많으면 망해… 대통령 혼자 남게 되더라도 팔다리 자르듯 비리 척결해야
4대강, 10년뒤 재평가될 수도… 물난리 잦던 영산포 홍어집들 작년엔 안 잠겼다더라"
"용사혼잡(龍蛇混雜), 나라든 절집이든 용과 뱀이 함께 우글우글합니다. 용보다 뱀이 더 많으면 어디라도 망해요, 원칙 지키면서 자정(自淨)하면 안 무너지는 거요."
월주(月珠·78) 스님은 거침이 없었다. 스님은 1980년 군사정권 초 불교탄압 시기와 1994년 조계종 종단개혁 시기 등 총무원장을 두 차례 역임한 불교계 원로다. 세상이 어려울 때면 눈 밝은 질책을 아끼지 않아 왔고, 그의 쓴소리는 한국 사회에 늘 '몸에 좋은 약'이었다. 지난 28일 조계종 제17교구 본사인 전북 김제 금산사의 조실(祖室)로 추대된 스님을 서울 구의동 아차산 자락 영화사(永華寺)에서 만났다.
―조실 추대를 축하드립니다.
"나한테 '이제 산속 암자로 들어가는 거냐'고 묻는 신도들이 있어요. 조실이 그런 게 아녀. 그냥 세상일 다 버려버리고 눈감아 버리고 자기 수행만 하는 그런 건 지금 시대에 안 맞아요 그게. 법좌에 오르는 건 조실 이름뿐, 몸은 늘 똑같이 세간에 중생과 함께요."
―그 세간이 요즘 대통령 측근 비리로 들썩들썩합니다.
"역대 정권마다 친인척 비리 측근 비리가 있었지요. 그렇다고 니가 더 나빴다고 따질 거여? 이명박 대통령 취임 4주년 기자회견 전에 내 의견을 물어 왔더라고요. 내가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측근 비리와 친인척 비리뿐만 아니라 사회에 만연된 모든 사회적 비리, 부정부패를 과감하게 숙정하시라'고 써 보냈어요. 지금도 그 심정이여. 10개월이면 많이 남았어요. 엄정하게 정리하지 못하면 붕 떠 버려. 대통령 혼자만 남는 일이 있더라도 팔다리 다 잘라낼 결심으로 척결해야지요."
―남북문제, 4대강, FTA, 제주해군기지… 왜 한국사회는 불통과 상극(相剋) 천지일까요.
"너무 극단적으로 갈라져 있지요. 사실 이명박 대통령이 소통하는 지도력이라던가 이런 것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문제는 늘 비판하고 싸움만 하는 상대에게도 있는 거요. 4대강을 보자고. 내가 대운하는 역수(逆水)이기 때문에 반대했어요. 하지만 4대강은 살려야 한다 이 말이여. 전부 강 살리기 덕이라 하긴 아직 이르지만, 작년 영산강 주변에 갔더니 물난리 잦던 나주 영산포 쪽이 무사했다고 강변에 늘어선 홍어집 사람들도 좋아해요. 다만 임기에 얽매이지 말고, 점차적, 친환경적으로 추진해야지. 지금은 찬반양론이 극심하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이 5년, 10년 내 홍수 가뭄을 극복해내면 그때 가서 재평가될 수도 있어요."
―미사일 발사 등으로 북한이 불안불안합니다. 스님은 오랫동안 굶주린 북한 주민을 도왔지만, 요즘은 빈국(貧國) 원조에 집중하고 계시지요?
"1996년부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일을 10년 했지요. 근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 우리가 보낸 쌀이 총알로 미사일로, 핵으로 되돌아오더라, 이 말이여. 양 눈으로 봐야 돼요. 끊겨선 안 되는 민족애와 전쟁까지 치렀던 대결체제 사이, 양면성이 있는 거여. 그것을 정치 지도자가 잘 조절해야 해요. 남북관계도 기본은 인과(因果)요. 도움받고도 포탄 쏘고 욕하는데 그래도 대화하라는 건 너무하는 거 아녀? 이 정부가 역량이 부족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대화 못 했다고 비판할 건 아녀."
―교실 안에서도 어른들을 똑 닮은 폭력이 만연해 있습니다.
"누굴 탓해. 어른들이 모범을 못 보이니 그런 결과가 오는 건데. 첫째는 학교가 잘해야 하지만, 가정 사회 학교 모두 도덕교육 인성교육에 책임이 있는 거요. 국회에서부터 해머로 부수고 쇠줄로 묶고 널뛰기 뛰고…. 그런 거 애들이, 사람들이 다 배워요. 계속 비판하고, 제도 고치고, 교육해야지. 이번에 말 함부로 하던 그 사람은 여론이 일어나서 낙선 됐잖요. 그게 백성의 마음이 무서운 거요. 여론이 스스로 정화하는 거요. "
―올해 말 대선을 앞둔 한국엔 어떤 지도자가 필요한가요.
"나라를 이끌 사람은 도덕적으로 성숙해야 해요. 능력을 갖춘 선한 사람들 10%가 정권을 이끌면 나머지 국민 80%는 따라와. 남은 10%의 극악한 사람들은 숨는 것이여. 악한 사람이 집권하면 그 반대지. 지도자는 또 비전이 있어야 하고, 살아온 과정이 깨끗해야 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바꾸지 않아야 하고, 설득할 줄 알아야 해. 다행히 우리나라엔 선량한 사람이 더 많아요.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어지러운 시대, 종교마저 사회 치유의 역할과 신뢰를 잃어간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결국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못하니까 비난받는 거요. 땅 넓히고, 절 크게 키우고, 교회 높이 짓고, 그런 거. 용사혼잡(龍蛇混雜)이라, 용과 뱀이 뒤섞여 있는 거여, 전부. 그렇지만 나라건 절집이건 용보다 뱀이 우글거리면 망해요. 계속 정화하면서 가는 거여. 남 탓하기 전에 자기 먼저 반성하고 참회하면서."
☞월주 스님은
1935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1954년 출가했다. 총무원장을 두 차례 지냈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등 여러 시민단체에 참여해 'NGO 스님'으로 불린다. 이런 공로로 올해 만해대상(평화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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