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목적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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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목적
"비구들이여, 전도를 떠나라.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안락과 행복을 위하여,
세상을 불쌍히 여기고 인간과 신들의 이익과 행복과 안락을 위하여 전도를 떠나되
두 사람이 한 길을 가지 말라.
비구들이여,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으며, 조리와 표현을 갖춘 법을 설하라.
사람 중에는 마음의 더러움이 적은 이도 있거니와 법을 듣지 못한다면 그들도 악에
떨어지고 말리라. 들으면 법을 깨달으 것이 아닌가.
비구들이여, 나 또한 법을 설하기 위해 우루벨라로 가리라." - <잡아함경>제39권
'불교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하면 많은 사람들이 '성불'
'해탈' 또는 '깨달음'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특히 불교에 대한 소양과 지식을 가진 불
자들의 경우 그 '깨달음'에 대한 열망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교를 '깨달음의 종교'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깨달음에 대한 현실적인 가
능성과 피부로 느끼는 수행의 진보는 또한 막연하기만 하다.
단정적으로 말한다면 '깨달음'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불교의 목적이 아니다.
부처님 당신께서 도달한 궁극의 경지를 다만 '열반' '해탈'이라고 표현한 것 일뿐이다.
부처님께서는 수행의 과정과 수행자의 삶의 방법, 불자들이 가야할 길을 일러주셨지
깨달음에 집착하라고 하지 않으셨다.
수행의 완성을 열반 또는 깨달음이라고 한다고 해서 이것을 목적으로 삼는 것은 좋지
않다. 모든 생명은 태어나면 반드시 죽게 되어 있는데, 죽음을 삶의 목적이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전도선언경'에서 부처님께서는 당신의 육성으로 생생하게 불교의 목적을 설하고 계
신다. "전도를 떠나라.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안락과 행복을 위하여"라고.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이라는 대승보살의 근본정신을 잘못 이해해서
'먼저 수행해서 깨달음을 얻고 나중에 전도교화 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스님과 불자
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경전에 나타나는 가르침을 살펴보면 수행과 교화가 둘이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수행과정 자체가 전도교화행이 되고, 전도교화행을 통해 수행이 깊어지는 것
이다. 불교를 모르는 세상 사람들도 성공과 완성보다 오히려 그 과정의 노력과 열정에
더 의미와 가치를 두는 안목을 가지고 있다. 하물며 불교를 공부하고 수행하는 사람이
이런 안목과 지혜를 갖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다른 종교인들이 항시 그들의 기도문을 외우듯이 우리 불자들은 어떤 법회에서라도
전도선언경을 지니고 외워야 한다. 해탈열반과 깨달음이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목표
에 매몰되어 현재와 현실에서의 진정한 불자의 수행과 기도를 잊고 있다면 전도선언
경은 무엇보다 뚜렷하고 분명한 불자의 길을 알려줄 것이다.
- 주경스님 / 서산 부석사 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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