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과 연등회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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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날과 연등회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즈음하여 열리는 연등축제는 연등회(燃燈會)가 공식 명칭이다.
연등회는 올해부터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122호로 지정되었다. 이는 연등회가 민족전통의식으로 문화적
역사적 가치가 중요하다고 문화재청이 인정한 것으로 법적인 제도의 틀과 함께 국가적인 행사의 일환으
로 연등회의 체계적인 보존과 전승이 가능해졌다.
연등(燃燈)이란 등불을 밝힌다는 뜻으로 어리석음과 어둠을 밝히는 지혜의 의미로 '자등명 법등명(自燈
明 法燈明)'의 가르침에 비유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연등회는 신라 신흥왕대에 팔관회와 더불어 국
가적인 행사로 시작되어 고려시대에 성행해지다가 성종 때 유학자들의 강한 반대로 일시 폐지되었고
1010년(현종1년) 윤 3월에 다시 행해지게 되어 그로부터 매년 2월 보름에 연등회를 베풀었다. 공민왕 때
에는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여 연등회의 제반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연등도감을 설치하고 왕이 직접
절로 행차하여 진행하였다고 한다.
초파일 연등은 석가모니의 탄생을 축하하는 연등으로 인도를 비롯, 세계적으로 널리 행해지고 있는 행사
로써, 4월 초파일 연등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고려사>에서 볼 수 있는데 고려 의종 때 백선연(白善淵)이
4월 8일에 점등했다고 씌여있다.
조선시대에 와서 숭유억불(崇儒抑佛)정책으로 인해 연등회가 금지되기도 했으나 민중들은 꾸준히 연등
회를 지속했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연등축제는 1975년에 부처님오신날이 공휴일로 지정되고, 그 이듬해인 1976년부터
여의도에서 조계사까지 연등행진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동안 장소도 동대문운동장과 동국대에서 종로
를 거쳐 조계사까지로 바뀌고, 우정국로에서는 다양한 축제행사를 펼치는 등, 연인원 50만 명, 직접 행사
참가 인원만도 3만여 명에 이르는 장엄한 축제의 장으로 되었다.
<설일체유부경>에 의하면 등을 밝히는 유래는 부처님 당시 아사세왕이 기원정사에서 부처님께 법문을
청해 들을 때 동참한 모든 불제자들이 기름 등불을 켜서 법회자리를 밝힌 데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화엄경>에 의하면 '믿음을 심지삼고, 자비를 기름으로 삼으며 생각을 그릇으로 하고 공덕을 빛으로 하
여 삼독(탐.진.치)을 없앤다'고 하였고, <대반열반경>에는 '중생은 번뇌의 어두움 때문에 지혜를 잃는데
비해, 여래는 방편으로 지혜의 등을 켜니 모든 중생을 열반에 들게 한다'고 하였다.
불을 밝히면 어둠이 물러가듯이 어둠 속을 헤매는 중생의 번뇌를 정성스레 밝힌 등을 통해 씻어내려는
서원이 담겨있다. 중생은 번뇌와 삼독으로 인해 자신의 마음에 깃든 불성(佛性)이라는 보배를 보지 못하
고 있기에 등으로 상징되는 '지혜'를 밝히라는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겠다는
서원을 다지는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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