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과쇄신의 아이콘 도법스님 인터뷰]조계종 쇄신,이기회 놓치면 불교희망없다.
강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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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쇄신, 이 기회 놓치면 희망없다”
도법 스님 인터뷰
종단권력 아닌 대중 참여
자정·쇄신 제도적 틀 마련
시간 걸리더라도 매진 경향신문 | 도재기 기자 | 입력 2012.05.17 21:42
종단권력 아닌 대중 참여
자정·쇄신 제도적 틀 마련
시간 걸리더라도 매진 경향신문 | 도재기 기자 | 입력 2012.05.17 21:42
-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 본부장인 도법 스님(63)은 17일 스님들의 도박사건은 "출가수행자공동체가 세속화되면서 갖고 있는 여러 문제 중 하나가 드러난 것"이라며 "종단은 죽을힘을 다해 성찰과 참회, 발심으로 이번 사건을 새롭게 태어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불교 사상과 정신을 구현하고자 만들어지고, 그렇게 살자고 모인 공동체인 만큼 불교 사상과 정신의 확립, 이를 토대로 한 튼튼한 윤리적 실천을 꾸려내는 것이 진정한 자정과 쇄신"이라며 "아직 현실은 이를 이뤄낼 만큼 역량과 실력이 부족해 분명히 시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살리지 못할 경우 희망이 없기에 새 기운들이 뭉칠 것으로 본다"며 "장기적으로는 종단권력이 아니라 불교 정신 구현에 관심을 가진 불교시민사회의 사부대중이 종단의 실질적 주인이 돼 참여하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추진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도법 스님은 조계종의 대표적 중진으로, 지난해 7월부터 본부장으로 조계종단의 자성과 쇄신의 기본틀을 만들고 있다.
- 도박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나.
"무슨 말을 하겠느냐, 착잡하다. 당사자들의 개인적 책임도 따져야 하지만 그보다는 수행자공동체 문제로 인식해 성찰하고 참회하고 새롭게 발심해 새 활로를 열어가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불자와 국민들께 아픔과 실망을 갖게 해 죄송스럽지만, 어떻게 보면 이 위기가 자성과 쇄신을 보다 충실하게 하는 좋은 인연이 되도록 해야 한다."
- 이번 사건의 원인은 무엇인가.
"작게는 백양사 주도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과 대립이다. 크게는 종단권력에 대한 기운들이 작동하고, 또 현 집행부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개혁이란 명분을 내세워 이용한 결과물로 본다."
- 성호 스님은 추가 폭로를 예고하고 있다.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보여진다. 폭로할 것이 있으면 있는 그대로 지금 당장 터뜨리면 되는데, 마치 거래라도 하려는 것처럼 그러질 않는다.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 이 사건이 어떻게 정리될 것으로 보나.
"봉합하거나 종단의 법을 엄정하게 집행·대응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종단은 적당한 봉합 방식을 취할 것으론 보지 않는다. 가장 바람직한 태도는 우선 부처님오신날 봉축 행사를 잘 치른 후 야단법석 등 공론을 통해 처리돼야 한다고 본다. 당장 불끄는 식이나, 공격에 대한 방어란 측면의 대처가 아니라 향후 이런 부분에 종단이 어떻게 대하는 것이 옳고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확고한 틀을 가져야 한다."
-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란 시각도 있다. 스님들의 도박 현실은 어떠한가.
"알려진 것처럼 만연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일부는 옛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뒷방에서 화투놀이하듯 습성에 의한 것이 있고, 진짜 도박성이 있는 것이 있을 수 있지만 모두 근절돼야 한다."
- 자승 총무원장에 대한 의혹들도 제기되고 있다. 직접 해명이 필요한 것 아닌가.
"제가 얘기하기엔 부적절하다. 하지만 명확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해 더 악화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또 다른 측면에선 하나하나 대응할 것이 뭐 있나 하는 생각도 있다. 적정한 시점에선 정리되리라 본다."
- 이번 사건 외에도 범어사 돈봉투 사건 등 불미스러운 일들이 벌어져왔다. 근본적인 원인은.
"종단은 불교 사상과 정신을 구현하고자 만들어지고, 또 그렇게 살자고 해서 모인 사람들의 집단이다. 불교 사상·정신을 자신의 사상·정신으로 하는 게 당연하고, 이를 토대로 한 윤리적 실천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사상과 정신의 확립 문제나 윤리적 실천의식을 꾸려내는 것은 하루이틀에 되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가 불교 사상과 정신을 실현해 사람들에게 평화와 행복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실력과 역량이 많이 부족하다."
- 지난해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가 발족해 운영되고 있는 와중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빠르고 가시적인 결과를 바란다. 하지만 통합종단 50년 동안 온갖 관습, 문제들이 쌓여왔다. 재정투명성 문제, 선거풍토, 계파정치, 비민주적 종단과 사찰 운영, 세속화 등. 성찰하며 쇄신하고 자정한다 하더라도 하루이틀에 되는 것이 아니고 또 될 수도 없다. 차분하게 긴 호흡으로 꾸준히 해야 한다."
- 앞으로 내놓을 자정과 쇄신 방안은.
"재정투명성 문제, 종단·사찰 운영의 비민주성, 불교인들의 건강하지 못한 의식주생활 문화 등을 제도적으로 고치는 기본 틀을 만든다. 그 틀을 바탕으로 법을 개정하고, 집행이 이뤄질 것이다. 방안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부대중이 주체로 서서 진정한 종단의 주인으로 참여하고 실질적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제도적 방안을 만드는 것이다. 종단권력에 관심을 가진 특정인들이 아니라 사부대중이 주체로 일어섰을 때 불교가 산다고 본다. "
- 대중이 주체적으로 선다는 것의 의미는.
"사부대중이 종단 문제를 바라볼 때 객이 아니라 자신이 주인이란 의식을 갖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계사에 불투명한 재정 문제가 발생했다면 주지 스님만이 아니라 사부대중, 개개인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실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종권이 아니라 불교의 사상과 정신을 제대로 구현해보자는 사부대중 세력이 형성돼야 한다. 종권을 두고 다투고, 이합집산하는 기존 세력이 아니라 불교시민사회 측면에서 제3의 세력이다."
- 자정과 쇄신 방안이 나오더라도 실천 여부가 관건 아닌가.
"각종 방안이 이제는 위에서 내려가는 게 아니라 대중공사를 통해 대중이 주체적으로 토론하고 짚어내고 정리한 것들이 제도화돼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실천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종단 수뇌부가 나섰지, 대중공사 방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얼마나 활발히 하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추진본부는 대중이 주체가 되는 대중공사 방식으로 안들을 만들 계획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죽을힘을 다해 새롭게 태어나도록 해야 한다. 새 기운들이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살리지 못한다면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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