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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정화 성철스님 봉암사결사 이상의 태풍급 정화로 일어나야,

강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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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판사판 불교계, 되살아나는 ‘성철스님 정신’

등록 : 2012.05.27 20:52 수정 : 2012.05.28 14:17

 

불기 2556년 부처님 오신 날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불자들이 법회에 참석해 기도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침묵하던 수좌승 혁신 촉구에 ‘화엄회’ 해체키로
“성철 ‘봉암사 결사’ 정신으로” 쇄신 목소리 커져

불기 2556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은 조계종이 쇄신의 바람에 휩싸였다.

승려 도박 현장이 영상으로 공개된 뒤 각종 추문에 휩싸인 총무원은 잇따라 수습책을 내놓고 있다. 수행승들도 근본적인 혁신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부처님오신날 이후 또다른 추문이 폭로될 것이라는 소문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승려들의 ‘하안거’(여름 동안 한곳에 모여 수행하는 일)가 시작되는 6월5일까지 남은 일주일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종단 내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근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47년 성철 스님이 주도한 ‘봉암사 결사’에 버금가는 종단 정화운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8일 오전 10시 서울 조계사에서 열리는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는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 용산참사 희생자 유족 김영덕씨,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강일출씨, 다문화가정 어린이 등이 초대받았다. 승려 도박 파문에 대한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총무원이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처님오신날 직후에는 자승 총무원장의 핵심 지지 계파인 종책모임 ‘화엄회’가 해체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종단 관계자는 2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6월 초 자승 총무원장이 과거 고문을 맡았던 화엄회가 스스로 해체를 선언할 것”이라며 “사실상 자승 총무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엄회의 지지만으로도 자승 총무원장의 연임이 가능한 상황에서 (해체 선언은) 연임 의사가 없다는 지난 25일 성명서 내용을 재확인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 바탕에는 수좌승의 힘이 있다. 지난 22일 전국의 수좌승 10명이 자승 총무원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 스님은 “평소 종단 일에 발언하지 않던 수좌스님들이 성명을 낸 것을 보고 총무원도 뜨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승적을 가진 승려는 1만2000여명인데, 이 가운데 수행에 정진하는 수행승은 1000명 안팎이다. 이들 수행승을 이끄는 것이 100여명의 수좌승이다. 수좌승은 도덕적·종교적 권위의 상징이다.

일부 수행승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하안거가 시작되는 6월5일 직전 승려대회를 열자는 논의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불교계 관계자는 “선방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이 승려대회를 열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는데, 수좌승들이 수행하지 않고 (밖으로) 나온다면 종단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가니 (총무원이) 이를 차단하려고 연임 포기 선언 등 각종 수습책을 내놓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수행하는 ‘이판승’이 세속의 행정을 맡은 ‘사판승’을 압박한 형국이 되자, 근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웅기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돈과 향락을 중시하는 사회 흐름에 휩쓸린 불교계가 본래 정신을 잃어버린 가운데 이번 사건이 터졌다”며 “불자들이 실망하고 국민이 지탄하는 상황에서 ‘부처님 삶으로 돌아가자’는 성철 스님의 ‘봉암사 결사’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봉암사 결사’는 일제에 의해 타락의 길을 걸었던 한국 불교의 법맥을 살리기 위해 해방 직후 성철 스님을 필두로 청담·자운·보문 스님 등 수행승들이 “부처님 법대로”를 외치며 펼친 자정운동이다. 이후 수행과 참선을 중시하는 한국 불교의 법맥이 기사회생했다.

조계종은 추상적 규칙인 계율 외에도 국가 법체계와 같은 종헌(헌법), 종법(법률), 종령(시행령)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승려 자격을 얻으면서 받게 되는 250개 조항의 ‘구족계’는 승단 추방 또는 승적 박탈에 해당하는 ‘중죄’를 따로 밝히고 있다. 음행·도둑질·살생·큰 거짓말 등 ‘사바라이’(악이 선을 이겼다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팔라이’의 음역)는 결코 저질러선 안 되고, 그중에서도 ‘음행’은 으뜸가는 죄다. 승려들의 룸살롱 출입이 문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종법의 하나인 승려법은 음주·도박에 엄격하다. 도박의 경우 공권 정지(공직에서 일할 수 없음) 5년 이상 또는 승적 제적 등 중징계를 받을 수 있고, 음주 역시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렸을 경우 승적 제적에 처할 수 있다. 최근 조계종 도박 파문은 엄연히 존재하는 계율과 종법이 과연 무슨 의미인지 묻고 있다.

지난 23일 충청도의 한 사찰 근처 개인 거처에서 만난 수경 스님은 “내가 나서서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답변을 피하면서도 “요즘엔 기도하기도 면구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수좌승 공동성명에 참여한 수경 스님은 이날 지리산 어느 사찰에 들러 이번 사태에 대한 승려들의 의견을 듣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수경 스님은 공식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총무원의 수습책 발표 뒤에도 수행승들이 격앙돼 있고 종단의 근본적 쇄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널리 퍼져 있다는 분위기를 기자에게 전했다.

그동안 종단 일에 대해 거의 발언하지 않다가 이번 공동성명에 참여한 월암 스님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내부 계율을 어겨 발생한 일이라는 점이 중대한 사안이며, 사태를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성명서 발표 뒤 수좌승들은 대체로 입을 닫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성명의 내용대로 쇄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대한 결기도 깃들어 있다.

수행승을 중심으로 승가공동체를 되살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08년 3월 조계종은 ‘결계와 포살에 관한 법’을 제정했다. 승려들이 일정 기간 동안 절 안에서만 공동생활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계율을 암송하고 계율을 어긴 일을 참회하는 법회도 이 기간에 이어진다. 이를 일년에 90일씩 두차례 의무적으로 행하도록 정했는데, 지금은 이마저도 흐지부지됐다.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성철 스님은 65년 전 산문을 걸어 잠그고 ‘백척간두진일보’(백척 높이 장대 위에서 앞으로 한걸음 나아간다)의 심정으로 수행에 정진했다. 정웅기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청빈하게 수행하는 부처님의 삶이 불교의 원래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정국 진명선 이경미 기자 jglee@hani.co.kr

 
불기 2556년 부처님오신날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불자들이 법회를 갖고 있다. 【서울=뉴시스】
28일 강원 춘천시 사북면 지촌리 현지사에서 8000여명의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불기 2556년 부처님 오신날 봉축법요식 및 대법회가 열린 후, 대적광전서 스님이 법문을 낭독 하고 있다.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 강길형 조계종은 추상적 규칙인 계율 외에도 국가 법체계와 같은 종헌(헌법), 종법(법률), 종령(시행령)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승려 자격을 얻으면서 받게 되는 250개 조항의 ‘구족계’는 승단 추방 또는 승적 박탈에 해당하는 ‘중죄’를 따로 밝히고 있다. 음행·도둑질·살생·큰 거짓말 등 ‘사바라이’(악이 선을 이겼다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팔라이’의 음역)는 결코 저질러선 안 되고, 그중에서도 ‘음행’은 으뜸가는 죄다. 승려들의 룸살롱 출입이 문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종법의 하나인 승려법은 음주·도박에 엄격하다. 도박의 경우 공권 정지(공직에서 일할 수 없음) 5년 이상 또는 승적 제적 등 중징계를 받을 수 있고, 음주 역시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렸을 경우 승적 제적에 처할 수 있다. 최근 조계종 도박 파문은 엄연히 존재하는 계율과 종법이 과연 무슨 의미인지 묻고 있다.
    2012-05-28 15:15 댓글삭제
  • 강길형 불교계, 자정능력 발휘해 다시 일어나라

    [중앙일보] 입력 2012년 05월 28일 불기 2556년 부처님오신날을 어느 해보다 어수선한 심정으로 맞는다. 일반인의 느낌이 그럴진대 불교계·불교신도는 더없이 착잡하고 괴로울 것이다. 백양사 도박 폭로에서 시작된 조계종의 추문과 다툼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파문이 극히 이례적인 춘사(椿事)가 아니라 오래 곪아 온 환부가 터진 결과라는 짐작이 들기 때문에 더욱 착잡한 것이다. 서울시청 앞에 세워진 부처님오신날 봉축탑에는 ‘마음에 평화를, 세상에 행복을’이라는 봉축표어가 게시돼 있다. 과연 현 시점의 불교는 우리 마음과 우리 사회에 평화·행복을 주고 있는가. 불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 질문을 던지게 되는 오늘이다.

     불교 신앙이나 순수한 교단 내부 문제라면 왈가왈부할 자격도 식견도 우리에게는 없다. 지난해 인구에 회자됐던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라는 말처럼 바깥사회로 터져나오는 잡음이 너무 크고 잦기 때문에 우려하는 것이다. 얼마 전 입적 2주기를 맞은 법정 스님이 생전에 강조한 ‘무소유’ 정신만 제대로 실천했어도 지금 같은 상황이 초래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화와 갈등은 탐진치(貪嗔癡)가 그 원인”이라는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의 봉축법어를 상기해보라. 탐욕·성냄·어리석음을 떨쳐버리라는 말씀은 모두가 귀담아 들어야 할 가르침이다. 올해 사월초파일은 연등회가 중요무형문화재 122호로 지정된 직후이기에 한층 의미가 깊다. 이럴수록 가난한 여인의 정성 어린 등불에 부처가 감동했다는 빈자일등(貧者一燈)의 고사를 뼈저리게 되새겨야 한다.

     불교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과 바람은 지난해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실시한 ‘한국의 사회문화 및 종교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에도 잘 드러나 있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바람직한 스님의 역할’ 설문에서 가장 많은 응답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에 전념하는 것’(52.0%)이라고 밝혔고 ‘자비정신을 사회에 구현하는 것’(22.0%)이라는 대답이 뒤를 이었다. ‘스님의 이미지가 무엇이냐’는 항목에서는 ‘수행 지도자’(41.7%), ‘세속을 떠난 자유인’(26.9%)이라는 응답이 다수였다. 같은 조사에서 불교를 포함한 종교계 전체의 신뢰도는 대기업보다도 낮게 나타났다. 국민들이 불교계의 어떤 점에 실망하고 어떤 모습을 간절히 바라는지 깊이 유념해야 하는 이유다.

     불교는 오랜 세월 이 땅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비록 한때 세간의 걱정을 사는 일이 생겨도 나름의 자정력을 발휘해 본령을 회복하곤 했다. 많은 스님이 민주화운동에 기여했으며, 최근에는 다른 종교와의 종교 간 화해를 선도해 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사찰을 중심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묵묵히 돕는 스님·불자들이 무수히 많다. 왜 영성(靈性)이고 불심(佛心)인가. 현대인의 삭막한 마음을 적시고 어루만지는 종교 본연의 임무를 불교계가 다시 한번 자각할 때다.
    2012-05-29 06:17 댓글삭제
  • 김혜숙 좋은 정보와 좋은 글 감사합니다_()_ 2012-05-29 19:15 댓글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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