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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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와 구도자>
○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1965년 12월)
부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어버이를 하직하고 집을 나온 사문(沙門)은 욕심을 끊고 애욕을 버리어
자기 마을의 근원을 알고, 불도(佛道)의 깊은 이치를 알아서 무위법(無爲法)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안으로는 얻은 바가 없고 밖으로는 구하는 것이 없어, 마음은 도(道)에 얽매이지 않고 또한 업(業)도 짖
지 않으며 생각도 없고 지음도 없으며 닦는 것도 아니요 증(證)하는 것도 아니며, 모든 차례를 지나지
않고도 스스로 가장 높음이 되는 것이니, .... (중략) ... 사문(沙門)이란 더 말할 것도 없이 도(道)에 뜻
을 둔 구도자(求道者)이다. 세속적인 온갖 것을 버리고 출세간적(出世間的)인 청정도(淸淨道)를 닦는
수행자(修行者)이다. ... <중략> ... 우리 스승인 석존(釋尊)은 칠십대(七十代)에 들어서도 안일(安逸)
을 탐한 적은 없었다. 마지막 열반에 드실 그 순간까지도 입을 열어 설법(說法)을 하신 것이다. 불교의
전통(傳統)이 단절(斷絶)되지 않고 계승되려면 오로지 우리들이 저마다 앓고 있는 질병에서 털털 털고
일어나 사문(沙門)의 본업(本業)으로 되돌아가는데 있을 줄 안다.
○ 如是我門 돌아가리로다(1966년 6월)
달리는 소리, 구르는 소리, 부딪치는 소리, 깍이는 소리, 짖어대는 소리... 그리고 음악(音樂)이라는
미명(美名)아래 메스껍게 뒤틀리는 소리며, 잊어버릴 만하면 발작(發作)하는 전화(電話)의 벨소리까지.
소리 소리 소리... 우리는 눈을 뜨기가 무섭게 이런 '바깥 소리'에 팔리며 산다. 적어도 영광(榮光)스러
운 현대인(現代人)들은 초조하고 불안(不安)해서 그 소리를 찾아나서는 것이다. 말하자면 고독(孤獨)
이 싫다는 것이겠지.
시시각각(時時刻刻) 그러한 '시장(市場)의 소음'에 묻혀 살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 현대의 비극이다.
바깥소리에 팔리느라면 자기소리를 잃고 말기 때문에, 가장 깊숙한데서 나직이 들려오는 '내심(內心)
의 소리'는 곧 우주질서의 하모니이다. 먼 강물 소리 같은.
구도자(求道者)들은 무성처(無聲處)인 '아라냐'를 찾아 숲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어떤 나라에서처럼
관광의 대상물이 되기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내심(內心)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 거기 솔바람 소리와
시냇물 餘音, 그리고 숲속에 깃드는 새소리는 차라리 내심(內心)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최상
급(最上級)의 불행이다. 그는 자기 길을 잊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거리는 너무나 많은 먹물 옷들이 나돌고 있다. 마치 인플레하에서 난발된 지폐쪽지 처럼, 얼마만
큼의 유통가치가 있을 것인가는 그들의 언어와 동작을 보면 환히 알 수 있으리라.
돌아가리로다. 돌아가리로다. 내심(內心)의 소리를 들으려 모두들 숲으로 돌아가리로다.
- 법정스님 -
사찰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 경제 논리, 연민이 생긴다 하면 외람될까요? 얼룩진 오월 아픕니다.
귀한 글 감사드립니다_()_ 2012-05-31 0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