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문학자 류점석님이 본 `출가와 가출의 경계`
조혜진
view : 3065
오늘이 오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요 몇년 새 5월이 되면,
맑고 화창한 날보다 흐리고 비품은 날들이 더 많아진 것은...
하늘에 사무친 슬픔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제가 다니는 절(부산 홍법사)에서는 매월 1,2,3일 저녁 8시부터 두 시간동안 신묘장구대다라니 기도를 봉행합니다.
그 기도를 다니며... 신심을 키워왔는데,
사실 사람은 변화되기가 쉽지 않고...
그모양 그대로 일상에서 허덕이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런 저의 모습이 일말이나마 제 눈에 보이기 시작했으니...
이젠 달라지겠지요.^^
나이가 드니 대역폭이 넓어져 사는게 조금은 수월하기도 합니다.
도반님들의 삶도 그러하시길.. 바라며 두 손 모읍니다.
...()...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 제 목 : 출가와 가출의 경계
* 글쓴이: 류점석(비교문학자)
손님으로 초대받은 경우 나름의 식사습관 때문에 나는 가끔 난감한 상황에 빠지곤 한다. 밥알 한 톨을 남기지 않고 밥 그릇을 깨끗이 비우는 까닭에, 수저를 놓으려는 순간에 더 먹으라는 권유를 받고 끝까지 사양할 수 없어 몇 숟갈을 더 뜨고 어쩔 수 엇이 포만감에 시달리며 자책하곤 한다.
탁발승이 아닌 속인이 밥알을 하나도 남기지 않는데 더 권하지 않는 주인이 오히려 아상하겠다는 판단에 습관을 바꿔 조금 남기며 난처한 상황을 막아볼까도 생각했지만, 학창시절에 경험한 너무도 강렬한 인상은 그런 타협을 용납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였다. 나는 비구니들만이 수행 정진하는 고향의 도량을 찾아가 대뜸 한 달 동안만 생활할 수 있게 받아주라는 철딱서니 없는 부탁을 했고, 용케도 그 억지가 통해 산사에서 행자승의 흉내를 내본 적이 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차가운 마루에 오체투지하며 108를 올리는 동안 바닥의 냉기는 내 삶을 반추하게 했다. 그렇게 얼핏 닷새쯤 지낫을 무렵 볕이 좋아 경내를 거닐며 우물가를 지나다 나는 못 볼 것을 보고만 사람처럼 뜻밖의 광경에 놀란 적이 있다.
설겆이를 마친 스님은 한 손에 그러모은 밥알들을 물에 휑궈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넣는 것이었다.
그것들은 내가 바닥에 흘리고 그릇에 남긴 음식물 찌꺼기들이었다.
며칠 동안 묵묵히 나를 지켜보았을 그 마음의 깊이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이렇듯 청빈하지만 자족한 삶을 꾸려가려는 초발심을 되새기며 고여 썩지 않으리라는 서원에 자신을 가두고 용맹 정진하는 일상이 출가 수행승의 삶이다. 불편 하지만 견디고 옹색하지만 군더더기가 없는 투명한 삶이, 몸과 마음을 더 없이 자유롭게 한다는 사실을 그곳에서 확인했다.
마음 안에서 불길처럼 솟아 나는 욕망과 밖에서 불어오는 탐욕을 잠재우고, 자기 아닌 것에서 벗어나라는 계율은 번잡의 늪에 빠지지 말라는 말일 게다.
사문의 길에 들어서기 위한 '출가'는 물질과 본능에 예속된 존재에서 떨치고 일어나 초월적 존재를 향한 삶의 의미를 실현하기 위한 고독한 결단이다. 타성에 젖어 안락만을 탐하다 낯선 길에 들어서는 출가란 불교적 선회만도 아니고 일회성에 그치는 반짝 행사는 더더욱 아니다.
'스(님)들'이 호텔방에서 한껏 풀어 헤치고 술을 홀짝이며 때론 담배연기를 뿜어대며 도박판을 벌였다는 보도나 그 현장을 몰래 찍어 폭로하는 다른 '스'들의 원한이 전혀 놀랍지가 않다. 또한 종단을 대표하는 총무원장 '스'가 룸살롱에 가 성접대를 받았네, 아니네 하는 설왕설래에도 별 관심이 없다.
몸집은 비대하고 얼굴에서는 번지르르한 기름기가 마를 날이 없는데 그런 추문을 꼭 들어볼 필요가 있겠는가?
그들도 사람인지라 관능이 팔딱이고 외물에 아찔하는 순간이 왜 없겠는가? 일말의 연민이 일면서도 한편으론 괘씸하기 짝이 없다.
이중삼중의 가면을 쓰고 사기행각을 벌이며 해탈을 향한 몸부림은 커녕 탐욕을 키우는 데 안간힘을 쓴 그들은, 출가 사문이 아니라 비행을 좇아 집을 뛰쳐나온 가출 건달들일 뿐이기 때문이다.
사뭇 비장한 출가가 한순간에 조롱거리인 가출이 되고 만 까닭은, 탐욕에 빠져 초발심의 결기를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조고각하란 말은 남을 향해 소리치기 전에 내 발 밑을 비추어봐야 한다는 뚯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여기 현실은 정말 녹녹치가 않네요.
그래도... 일반 포교사님들께서는 미안한 마음... 참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 지켜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어쨌든 저의 짧은 소견에, 저들은 그냥두면 안될것 같아서 포교사단에 전활했는데...
여긴 그야 말로 '자유게시판'아니냐며... 반문하셔서...
제가 그랬습니다. '알았다'고. 2012-06-12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