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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갈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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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갈 

 

         - 청강 허태기 -

 

 

백년만의 가뭄을 뚫고

거북등 논바닥

뼈를 드러낸 앙상한 개울 적시며

단물같은 비가 쏟아진다

 

먼지어린 베란다 창을

후두둑 두드리면서 주룩 주룩

씻어 내리고 

유리창을 가로 지른

둥근 알미늄 막대를 무대로

빗방울들의 곡예가 점점 빨라진다 

 

가로 막대를 타고

미끄러지듯 춤추면서 서로 손잡고

수정 같은 물방울로 한껏 멋부리며

무대 한쪽으로 주루룩 달려가다

방울끼리 엉켜 몸집이 부푼 순간

미련 없이 덜어내는 찰나의 결단

 

물받이 통에서는

맺힌 사연 풀어

주루루 뚝 뚝 주루루 뚝 뚝

쉴 새 없이 두런대며

저문 유월의 밤 더위를 비운다.

 

 

[20120629]

Morning Rain

 


 

 

 

 

 

  • 김혜숙 해갈이 되어 뭇 생명들이 활기찹니다.
    기후가 점점 수상한 것은 모두 인과응보 아니겠는지요
    2012-07-07 20:52 댓글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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