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저놈이 바로 나로구나!`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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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차 저놈이 바로 나로구나!"
여름 해수욕장으로 놀러간 집은
빈집털이범의 아주 좋은 먹잇감입니다
어느 날 깜깜한 집안에 호기를 맞은 털이범은
조심스럽게 후랫쉬를 켜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혹시 모를 사람이나 경보등에 마음 졸이며
집안을 뒤지던 털이범은 마침내
안방에 잠입하는데 성공하고 이젠 되었다
하고 마음을 놓으려다가 소스라치게 놀라서
주머니에 넣어둔 흉기를 꺼내듭니다
갑자기 털이범 눈앞에 시커멓게 생긴 자가
나 여기 있네 하고 갑자기 나타나서
자기를 바라다 보는 것을 알고 나서입니다
잠시 긴장된 시간이 흐른 후에 털이범은
그 괴한이 전등불로 인해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이었음을 깨닫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아차 저놈이 바로 나로구나
내가 나에게 속았던 것이구나 하고 중얼거리다가
털이범은 그동안 자기가 자기에게 속아서
잘못 살아온 세월이 한없이 원망스러워 졌습니다
그는 그길로 빈집을 나서서 지리산으로 갔다던가요
아마 지리산 어느 골짜기 토굴에서
다시는 허깨비같은 나란 놈에 속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허름한 차림에 열심히 살아가는 눈푸른 도인을 보면
그가 바로 그사람인줄 아십시요
이처럼 우리들도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기에게 속아 살아온지가 얼마나 되는가 돌아보고
앞으로는 자신의 허상에 속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좋은 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한생각 돌리면 털이범이 보살의 모습이요
한생각 깨우치면 번뇌가 열반에 이르는 사다리며
한생각 멈추면 환화공신이 자기 진여법신이니
온세상이 불국토요 온생명이 부처님입니다
가뭄이 지속될때는 풀도 몸을 움추리더니
몇번 비가 오시고 나서는 너도 나도 할것없이
여이 땅하고 출발선을 떠난 달리기 선수처럼
쑥쑥 웃자라서 금강경 탑 주위 도량이 온통
녹색의 향연을 이루는 아름다운 날들입니다
잡초를 뽑는다고 마당에 앉았다가
여기 뽑는 자가 뽑히는 자로구나 싶어서
두손 탈탈 털고 멋적게 허공을 올려다 봅니다
이 모두가 부처님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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