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은 승려들에게도 향한다. 강연 도중 스님은 “요즘 스님들을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진다”며 불편한 심경을 수시로 비쳤다. 요즘 조계종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우선 지난 봄 승려 도박 동영상 파문의 수습책으로 마련된 종단 개혁안이 주춤하는 분위기다. 원로회의 등에서 개혁안과 관련된 여러 이견이 나오고 있다. 동영상 파문의 진원지였던 백양사는 주지 자리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스님을 만나 심경을 들었다. 스님은 “지금 불교가 세상의 신뢰를 잃은 것은 중도(中道)의 가르침을 잊었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조계종 전 승려를 대상으로 의식 개혁 차원의 중도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극단에 치우치지 않되 그 극단마저 원융(圓融)하게 끌어 안는 중도 철학이 현실의 난제를 해결하는 방편이라는 얘기다.
-울화통이 터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스님들이 일 처리하는데 공심(公心)으로 하지 않고 사심이 개입되니까 그런 거다. 공심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마음이다. 바로 불교의 마음이다. 지금 그게 실종됐다.”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원로회의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나.
“그분들 나름대로 개혁하려는 생각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엔 (종단과 원로회의의 입장이) 둘이 아니다. 서로 상통할 수도 있는 건데 상충으로 보이면 오해할 수도 있는 거다.”
-스님들이 공심을 잃은 원인은.
“1954년 이승만 박사의 유시 이후 정화라는 미명 아래 대처승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비불교적 일이 비일비재했다. 폭력으로 절을 빼앗고, 서로 집행부를 하겠다고 했다. 94년까지 40년간 갈등·대립·투쟁으로 점철돼 왔다. 94년 선거제가 도입됐지만 민주적인 공화제 요소를 갖고 있는 불교 전통의 대중공사(大衆公事) 정신은 사라지고 선거판이 세속적 욕망으로 운영됐다. 선거는 좋지만 선거 운동에는 반대다. 지난번 원로회의에서 종정을 추대할 때도 내가 선거운동을 하지 말자고 해서 실제로 그렇게 했다.”
-공심을 회복하는 방법은.
“스님들에게 중도 교육을 해야 한다. 조계종 모든 승려가 받아야 한다. 이건 나 혼자 힘으로는 안 되고 제도권에서 해야 한다. 내년 상반기에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있도록 총무원 측과 얘기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불교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한편 백일법문 강좌는 갈수록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여섯 번 째 강연은 원시불교의 핵심 경전인 『가전연경』, 인도의 대승불교 학파인 중관파의 사상에 나타난 중도의 의미를 살폈다.
한가지 첨언하자면 스님의 처소에는 웬 다구들이 그렇게 많은지.. 스님들은 모두 다실을 차리다 출가하신 분인지 궁금하다. 오늘날 한국불교의 스님들이 수행하는데 다구들을 필수도구로 여기는 모양인데 과연 부처님 당시에도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한가하게 차나 마시며 정신적인 신선놀음을 해가면서 수행생활을 했는지.. 2012-09-13 0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