晩秋의 아침
허태기
view : 2659
晩秋의 아침
- 지우 허태기-
아파트 마당과 도로가 촉촉이 젖어있는 것이
새벽에 비가 뿌린 모양이다.
회색하늘을 배경으로 한 도봉산 기슭에서 뻗어 내린
완만한 능선의 숲들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화폭에 그린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이런 날이면 커피 잔과 더불어
가을을 음미하는 것이 제격이다.
커피 향에 가을의 낙엽 타는 냄새를 담아 마시면
가을 맛이 한결 진하다.
나무 잎이 꽃처럼,
숲이 화환처럼 아름다울 때가 있음을
가을 단풍이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맑은 가을 하늘만 아름답고
잿빛 하늘은 기분을 우울하게만 하는 줄 알았는데
오색으로 단장한 산과 숲과 거리의 가로수가
회색하늘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그림 같은
또 다른 멋진 장면을 연출한다.
붉고 화려한 꽃다발을 안개꽃으로 감싸듯
아름답고 그윽하다.
흐린 날씨에도 가을 정취를 한결 더하게 함은
오색찬란한 단풍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네 삶의 흐린 날에도
자신을 아름답게 승화시킬 단풍 같은 정열이 있다면
우울한 인생도 더욱 밝고
아름다운 인생으로 바뀔 것이다.
코끝으로 스며드는
구수한 커피 향과 함께
베란다 창밖으로 비친 가을전경을 바라보면서
가을과 인생의 의미를 가만히 되새겨 본다.
[20081106/晩秋의 아침 날에]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