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는 1992년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원 없이 컴퓨터를 만지고 싶어’ 삼성SDS에 입사했다. 5년여 직장생활 동안 PC통신 ‘유니텔’ 개발에 참여했다. 직장을 나온 뒤 98년 한게임을 창업했다. 이후 네이버와 합병해 NHN 성공 스토리의 주역이 됐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카카오톡’을 개발했다. 현재 국내외에서 6200만 명이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 [중앙포토]
구체적으로는 개개인의 정신 건강을 분석해 ‘내 마음 보고서’(사진)라는 책자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김 의장은 “사람이 살면서 꼭 한번 만나야 하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런데 대부분 내가 누구인지 모른 채 평생을 산다. 그래서 이 사업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신을 알게 되면 내가 잘하고 있는지 잘못하고 있는지, 남들은 나를 어떻게 보는지를 객관적으로 알게 된다. 사회적 마찰과 불신의 해소도 여기서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이 사업을 위해 김 의장은 올 초 심리치유 전문기업 ‘마인드프리즘’의 지분 70.5%를 인수했다. 마인드프리즘은 정신과 의사 정혜신 대표가 2004년 설립한 정신건강 컨설팅 회사다. 마인드프리즘에서 그동안 응답에만 세 시간 이상이 걸리는 정교한 검사지를 이용해 개인을 분석하는 책자를 만들었다. 검사료와 출판비를 포함해 500만원을 내야 하는 고가의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부 계층만 응할 수 있었다. 김 의장은 이 사업의 대중화를 위해 문항을 줄이고 가격도 파격적으로 낮춰 8만원에 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검사지는 모두 600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나무의 모습을 그려보시오’처럼 그림으로 답하는 문항부터 어머니·어버지에 대한 기억, 현재의 성생활까지 주관식·객관식을 섞어 묻는다.
이 일을 시작한 것은 김 의장이 NHN에 근무하던 2006년 마인드프리즘에서 정신분석 검사를 받은 게 계기가 됐다. 검사를 먼저 받은 이해진 NHN 의장이 임원들에게 “꼭 받아보라”며 모든 비용을 부담했다.
지난해 정 대표를 만난 김 의장은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 계급이 있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김 의장은 “8만원으로는 인건비는커녕 검사서 인쇄비와 책자를 만드는 비용에도 못 미친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국민에게 자기 자신을 만나게 해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이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심층 분석 버전을 내놓고 외국어로 번역해 해외에 진출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국내에서는 사회적 목적으로 시작하지만 해외에서 수익을 올리겠다는 의미다.
김 의장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작곡가 주영훈, 가수 솔비 등 의료·문화·예술계 지인 100여 명을 초청해 ‘내 마음 보고서’ 발간 기념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이날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쿠폰을 50% 할인된 장당 4만원에 구입했다. 이 쿠폰을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함으로써 ‘내 마음의 보고서’ 선물 릴레이를 시작했다. 카카오톡은 오는 19일 사업설명회를 열고 ‘1000만 힐링 프로젝트’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박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