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칼럼]위대한 정치가는 절대로 욕망과 전술을 곧바로 연결하지 않는다.
강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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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칼럼] 민주당 분열! 기로에 선 안철수에게 약? 독?
안철수! 정치퇴장 당할래? 불쏘시개 당할래?
"안철수에게 온 마지막 행운! 온건 개혁 리버럴 정당 건설의 길로 그냥 가라!"
- 최종편집 2012.11.17 12:28:20
- 박성현 뉴데일리 논설위원/저술가의 다른 기사 보기
안철수!
정치퇴장 당할래? 불쏘시개 당할래?
유시민은 “안철수가 단일화에 응하지 않는다면 정치퇴장이다”라고 말했다.
일면 맞는 말이다.
그런데 단일화에 응하면?
불쏘시개다.
퇴장 당할 것이냐 불쏘시개 당할 것이냐?
서지도 앉지도 못하고 평생 오리걸음으로 뒤뚱거리며 다녀야 하는 신세—이것이 최근 안철수의 운명이었다.
그런데 11월 15일과 16일 거대한 변화가 일어난 덕분에, 안철수에게는, 퇴장도 불쏘시개도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문재인의 단일화는 [불쏘시개 안철수]
문재인과 안철수는 지지기반을 약 절반 이상 공유한다.
따라서 문재인으로 단일화되는 경우, 안철수는 제거대상 우선순위 0번으로서 바로 불쏘시개 당한다.
DJP 단일화가 단적인 예이다.
결국 자민당은 다 털려서 파멸했고 박태준 국무총리는 ‘부정축재’라는 딱지가 붙여져 불쏘시개를 당했다.
DJ와 JP가 각각 지지기반이 다른 데에도 이 같은 잔인한 불쏘시개가 일어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DJ는 지역으로는 호남, 계층으로는 비주류를 대표했고, JP는 지역으로는 충청, 계층으로는 주류제도권을 대변했다.)
안철수로 단일화하면 되지 않냐고?
몽상이다.
민주당의 친노 당권파는 문재인이 아닌 단일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안철수로 단일화되면 그들은 죄다 밥그릇을 놓아야 한다.
어떻게 이룩한 세력인데?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고 정치적 집단자살을 택할 리 없다.
그래서 애초부터 친노 당권파에게 단일화는, 오직 ‘문재인 단일화’ 하나 뿐이었다.
안철수가 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두 가지 밖에 없었다.
하나는, 문재인에게 무릎을 꿇고 불쏘시개 당하는 길.
둘은, 민주당에 대한 정책/노선의 차이점을 극대화시키면서 단일화를 거부하고 독자 후보로 완주하면서 제3세력을 키우는 길.
[안철수 현상]은 ‘죽어버린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 사이의 공백
차분히 복기해 보자.
안철수가 잘나서, 혹은 무엇인가 정치발전에 공헌한 게 있어서 [안철수 현상]이 일어났나?
아니다.
운이 좋아서 [안철수 현상]이 일어났다.
나는 지난 8월, 계간 시대정신에 기고한 [토끼는 죽었고 동거는 끝났다]란 글에서 이렇게 썼다.
세 가지 근본적 다이내믹이 대한민국의 정치를 뿌리째 뽑아 흔들었다. 그래서 과거는 죽었다. 그러나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안철수 현상은 ‘죽어 버린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 사이의 공백에서 발생한 현상이다.
과거가 왜 죽었는지—즉, 세 가지 근본적 다이내믹이 무엇인지—알아야 안철수 현상의 의미를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다.세 가지 다이내믹은
첫째 글로벌 시장 체제의 위기,
둘째 인터넷 여론지형의 변화,
셋째 김정일의 죽음이다.하나씩 살펴보자. 이 다이내믹의 의미를 알아야 “어떤 변화가 가능한가?”를 상상할 수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그 다음의 일이다. (중략)
민주당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정치지각의 대변화가 왜 초래됐으며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지혜롭게 통찰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변화는 뿌리를 뽑고 허리를 분지르는 힘을 가진, 근본적 변화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김정일의 죽음, 인터넷 여론 지형의 변화가 동시에 겹쳤기 때문에 엄청난 에너지파(波)가 휩쓸고 있다.
뿌리가 약하고 척추가 부실한 정치세력을 박살내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복수의 다이내믹이 동시에 작용해서 거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중략)
세 가지 다이내믹의 동시 작용은 거대한 저울질이다.
모든 정당, 정파, 정치인을 저울에 올려 근수를 달고 있다.
근수가 부실하면 퍼펙트 스톰의 한 가운데에서 허리가 부러진다.
이는 당연히 새누리에도 적용된다.(중략)
올해 대통령 선거는 새누리당에게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다. 기세등등하던 진보빅텐트가 무너지고 나자 ‘안철수 빅텐트’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번 싸움에서 새누리당이 만약 안철수에 대한 네거티브와, 집토끼-산토끼 토끼몰이를 주요 전략으로 삼는다면 필패한다.
네거티브와 토끼몰이는, “유권자 심리가 변화하지 않는 정태적 상황”에서 쓸모가 있는 전략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 정치에서는 1987년 6월 항쟁에 버금가는 거대한 판이동이 진행 중이다.. (중략)
여기서 주목할 점은 느닷없이 거대한 지진 충격파가 습격한다는 사실이다.현실은 우연과 확률이 지배한다. 우리는 모두 ‘우연과 확률의 신(神)’이 추는 춤사위 속에서 애닯게 살아가는 존재들일 뿐이다.
우연적인 작은 사건이, 세 가지 다이내믹과 엮여서 거대한 충격파를 만들어내는 일이 반드시 발생한다. 뿌리가 깊고 척추가 강한 세력만이 이 충격파를 견디어 내고, 오히려, 이를 활용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정치를 20년 동안 주물럭거려온 종북성골이 뿌리 뽑히고, 지난 10여 년 동안 야권의 일관된 정치 전략이었던 동거(진보빅텐트)가 폐기처분 당한 상황을 돌이켜보면 충격파가 얼마나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앞으로 이보다 더 큰 충격파가 올 가능성이 높다.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남유럽 벨트의 붕괴, 유로존 위기, 중국 경제의 쿨-다운은 국민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잘 선방해왔는지, 그 진실을 보도록 만든다.
인터넷․SNS에서 공화가치 진영(대한민국의 공화가치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숫자와 영향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
평양의 리더십 난맥이 더욱더 두드러지고 붕괴 과정이 빨라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임에도 민주당은 나날이 더욱 더 노골적인 친북으로 타락에 타락을 거듭해 갔을 뿐이다.
그래서 국민은 민주당에 대해 극도의 [불안]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국민은 민주당을 대신할 수 있는 합리적 온건 대안세력을 [갈망]하게 되었다.
안철수 현상의 본질은 바로 [불안]과 [갈망]이다.
국민의 불안과 갈망이 안철수에게는 기회고 운이 되었다. 축복이 되었다.
안철수는 한마디로, 남의 불안과 갈망을 대변하는 아이콘이다.
그는 국민에게 어마어마한 채무를 진 셈이다.
따라서 그는 이 불안과 갈망의 본질을 통찰했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인 안철수의 존재이유이다.
그는 한국 정치문화를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는 [세 가지 다이내믹]에 대한 통찰에 바탕하여 합리적 온건 대안세력을 만들어 갔어야 되었다.
그러나 과연 지난 두 달 동안 이러한 작업을 해 왔었던가?
안철수의 단일화는 처음부터 민주당 분열을 위한 전술이었다
그런 통찰이 있었다면 안철수는 마땅히 다음과 같이 주장했어야 한다.
그랬더라면 지금쯤 약 30% 안팎의 매우 강고한 핵심지지층을 형성했을 것이다.
"저는, 한미동맹강화, 북한에 대한 엄격한 상호주의, 강정기지, 한미FTA를 확고한 정책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도저히 민주당과 함께 갈 수 없습니다.
민주당은 친북으로 기울어 망가졌기 때문입니다.또한 저는 새누리와도 함께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웰빙 기득권 집단을 옹호하는 자들이기 때문입니다.저는 이제 꿋꿋이 합리적 온건 대안 세력, 책임세력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그것이 제가 말씀드렸던 [정치혁신]입니다.국민 여러분!
저에게 힘과 용기와 지혜를 북돋워 주십시오.
국민 여러분!
제가 혼란을 일으키고 용기를 잃을 때 저에게 비난과 채찍을 내려 주십시오!그리하여 저로 하여금, 대한민국 정치 60년 동안 아무도 가 보지 않은 이 길을 끝까지 갈 수 있도록 축복해 주십시오.
이 길을 가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동지를 사귀고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런데 안철수는 (최소한 지금까지는) 통찰, 사상, 전략, 용기, 정치적 상상력을 전혀 보이지 못 했다.
내심은 독자적 제3세력을 욕망하면서도 전술은 단일화를 택했다.
그에게 단일화는 처음부터 전술이었을 뿐 진심이 아니었다.
안철수는 ‘단일화’ 밀고 당기기 과정에서 민주당을 분열시켜 독자세력을 만들고자 목표한 것이다.
단일화는 민주당 분열을 위한 전술이었을 뿐이다. (최근 그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화질을 한 것을 보면 그의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난다)
얼핏 보면 이는 그럴 듯한 전술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속보이는 천박한 전술일 뿐이다.
왜냐하면 아무런 고민과 통찰 없이, 욕망으로부터 곧바로 도출한 전술이기 때문이다.
욕망으로부터 전술을 곧바로 도출하는 것은 3류 정치가 혹은 코스닥 장사치나 할 짓이다.
위대한 정치가는 절대로 욕망과 전술을 곧바로 연결하지 않는다.
훌륭한 정치가는 먼저, 욕망을 통찰과 전략으로 승화시킨다.
그리고 나서야 욕망이 아니라 전략으로부터 전술을 도출한다.
그게 위대한 정신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욕망만 있을 뿐 (통찰에서 나오는) 전략이 없는 존재—오직 얄팍한 3류 전술만 아는 존재—이것이 바로 위대한 시인 김지하가 말한 ‘깡통’이다.
안철수라 불리는 깡통에 갇혀 [안철수 현상]이 질식당해 죽어버렸다.
안철수 본인이 자기 자신의, [정치인으로서의 존재이유]를 부정했다.
깡통은 스스로 죽을 자리로 기어 들어갔다.
그래서 나는 이를 ‘정치적 자살’이라고 불렀다.
안철수가 단일화 미팅을 시작한 지 사흘째 되던 지난 11월 9일 [안철수의 정치적 자살! '도로민주당' 시작이다!]라는 칼럼에서 나는 이렇게 썼다.
안철수가 민주당과 손을 잡는 것은 [안철수 현상]을 죽이는 짓이다.
[안철수 현상]은 합리적이고 온건한 야권 정치세력을 갈망하는 거대한 에너지이다.
이는 매우 소중하고 가치 있는 에너지이다.
단일화는 [합리적 온건 대안세력에 대한 갈망]을 정면으로 배신하는 행위이다.
국민들은 민주당에 대해 불안해 하기 때문에 [합리적 온건 대안세력]을 갈망한다.
불안과 갈망.
이것이 [안철수 현상]의 본질이다.
그런데 민주당 문재인과 단일화?
이는 [도로 민주당]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정치적 자살이다.
안철수는, [안철수 현상]이라 불리는 초특급 태풍, 초대형 에너지를 자기 손으로 망쳐 버렸다.
물질이 썩으면 악취가 나듯 정치 에너지가 부패하면 사회를 후퇴시킨다.
[안철수 현상]이라는 초대형 에너지가 망가짐으로써 [합리적 온건 대안세력]의 등장은 최소한 4년 이상 늦춰지게 되었다.
안철수가 꿋꿋이 [합리적 온건 대안세력]을 지향했더라면 야권 전체를 클릭 이동시켜 대한민국 정치문화, 정치생태계 자체를 업그레이드 할 뻔 했다.
그러나 안철수는 [도로 민주당]을 시작했다.
통합과 공화(共和)가 아니라 분열과 갈등을 증폭하는 정치가 앞으로도 최소 4년 지속된다.
[합리적 온건 대안세력]의 등장은 지금으로서는 언제 이루어질 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대선 이후’ 때문에 민주당이 분열하고 있다
그런데 안철수는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이다.
다시 한 번 독자 세력을 구축할 수 있는 찬스가 왔다. 민주당이 분열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16일 민주당 전직의원 67명이 문재인 및 친노 당권파에 대해 정면으로 반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지금까지는 당 소속 전·현직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 그리고 중앙당이나 지역위원회의 당직자들이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힐 경우 일종의 해당행위로 간주해왔기 때문에 당원은 탈당하지 않으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할 수 없었다….
이런 내부방침은 철폐돼야 한다.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표시를 당에 위해되는 것으로 정해 놓고서 입당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민주당 당원들이 상대 후보를 지지하지 못하게 묶어놓은 채 한 무대에서 단일화에 나서라고 하는 것도 불공정 경쟁이 아닐 수 없다.”
이보다 하루 앞선 15일, 황주홍 등 현직 쇄신파 의원들은, “꼭 문재인으로 단일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을 제기하며 당을 전면적으로 쇄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열이다.
원래는 안철수가 [합리적 온건 대안세력의 건설]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노선/정책에 있어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는 것을 계기로 분열했어야 한다.
그러나 안철수는 이 같은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전직/현직 의원 급에서 분열이 시작되었다.
정말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
[노선/정책의 대립각을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왜 분열하고 있을까?
민주당 정치인들은 이렇게 계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일화는 물 건너 갔다
12.19 선거에서 패배한다
올해 연말부터 야권이 총체적 새판짜기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새판짜기를 위한 분열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지역구 자영업자들이며 ‘당권’에 욕심을 내는 정치 비즈니스맨들이다.
선거에서 패배한다, 새판짜기가 시작된다고 생각되면 서슴없이 분열을 선택한다.
간사하다고 비난할 것 없다.
단일화는 처음부터 동상이몽 아니었나?
문재인은 [안철수를 불쏘시개로 써서 태워버린다]라는 계산이고,
안철수는 [단일화 힘겨루기를 불쏘시개로 써서 민주당을 분열시킨다]라는 속셈 아닌가?
단일화가 이루어질 턱이 없다.
민주당 전직/현직 의원들의 분열은, 과연 안철수의 계산이 들어 맞았다는 것을 뜻하나?
아니다.
안철수는, [단일화 힘겨루기에 따른 민주당 분열이 국민 환멸을 초래해서 문-안에 대한 지지율이 급격히 동반 하락한다]라는 점은 미처 계산하지 못 했다.
상황이 더 참혹한 것은 악순환이 작용한다는 점이다.
정책/노선의 차이 때문에 분열이 온 것이 아니라, 12.19 패배를 예감해서 분열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분열이 추악해 진다.
그래서 분열 자체가 국민 환멸과 대선 패배를 더 확실하게 만든다.
그럴수록 ’12.19 이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힘겨루기가 개싸움이 되고, 개싸움이 독사 싸움으로 바뀌고, 독사 싸움이 바퀴벌레 싸움으로 타락한다.
그래서 대선에서 더 비참하게 깨지게 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척추(=원칙)와 뼈대(=가치)가 튼튼하지 못 한 정치 세력은 뿌리가 뽑히고 허리가 분질러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정치퇴장과 불쏘시개를 동시에 넘어서는 길
야권이 자멸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커다란 손실이다.
어차피 국민의 30~40%는 새누리로서는 도저히 대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들의 갈증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건재해야 한다.
나아가, 만약 이 정당이 지금 민주당 같이 황당한 친북 성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온건 리버럴] 성향을 가질 수 있다면 대한민국의 홍복(洪福)이 된다.
그렇다.
우리 시민은 정치를, 사생결단 편가르기의 관점에서 보는 대신에 생태계 관점에서 보고 있다.
어느 한 정파를 박멸시키려는 욕망은 허황되고 위험하다.
각 정파를 업그레이드시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새누리는 새누리대로, 야권은 야권대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면 우리 시민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
안철수가 정치퇴장, 불쏘시개를 모두 피할 수 있는 길은 바로 야권 업그레이드를 추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민주당은 쇄신해야 한다”라는 깃발을 흔들며 민주당 의원들을 함부로 규합하다가는 골로 간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들끼리 치고 받고 분열하도록 내버려 두면 된다.
금배지들은 어차피 지역구 자영업자이고 ‘당권’을 욕심 내는 정치 비즈니스맨들이다.
거기에는 안철수의 ‘동지’는 드물다.
거기에는 안철수를 위한 창날(spear head)은 거의 없다.
잠깐. 동지라고?
그렇다 동지, 즉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다.
잠깐, 창날이라고?
그렇다. 창날. 어려움을 뚫고 먼저 치고 나가는 선봉이다.
동지와 창날을 모으려면 안철수는, 지금이라도 다음 두 가지를 해야 한다.
첫째, 본인의 뜻을 바로 세워야 한다.
둘째, 변두리(즉, 원외 지역)부터 장악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하기에는 늦었다고?
아니다.
앞으로 열흘이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나씩 살펴 보자.
첫째, 뜻을 바로 세워라.
안철수는 원래부터 단일화 자체를 진심으로 추구한 게 아니라 [민주당 분열을 위한 수단]으로서 추구했다. 그렇다면 [왜 민주당과 분리된 독자적 제3세력이 필요한가?]를 구체적으로, 즉 정책/노선에 있어 명확하게 정립해야 한다.
지금까지 안철수는 ‘국민’이라는 두 글자 뒤에 숨어서, 민주당에 대한 정책/노선 대립을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이것은 정치 투기꾼, 기회주의자의 행태일 뿐 정치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안철수, 당신 자신의 손으로 목 졸라 죽인 [안철수 현상]의 지향점—[합리적 온건 리버럴]의 정책과 노선을 정립해야 한다.
이는 곧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근본가치(공화가치)에 대한 존중 위에, 조심스러우면서도 집요한 개혁을 추진한다는 뜻이다.
다음 네 가지 공화가치의 첫 글자를 따면 ‘대-북-자-세’가 된다.
첫째, 대한민국을 소중한 삶의 터전으로 보는 관점
둘째, 북한 전체주의의 붕괴를 예감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관점
셋째, 자유민주주의 (사유재산, 시장, 개인의 선택과 책임)를 삶의 원리로 보는 관점
넷째, 세계시장을 삶의 조건으로 삼는 관점
둘째, 변두리를 먼저 공격하라.
전국 246개 선거구 중에 새누리가 장악하고 있는 130여 개 지역구에 가면 민주당에서 공천 학살당한 실력자들이 디글디글하다.
줄잡아 300 명. 이들을 조직하라.
또한 민주당 및 통진당이 장악하고 있는 약 115개 지역구 중에 질 나쁜 의원들—북한 전체주의 빨대 노릇을 자임한 의원들—이 맡고 있는 60여 개 지역구에 가면 당장이라도 선거에 나가 이길 만한 실력자들이 우글우글하다.
줄잡아 200 명. 이들을 조직하라.
“투쟁 대상 55 명 의원들을 정한 살생부를 선정한다”는 소문이 돌면 현역 의원들 중 상당수가 안철수에게 투항하려고 윙크와 손짓을 보내며 온갖 교태를 떨게 된다.
그러나 현역 민주당 의원들은 자기들끼리 좀 더 고민하고 좀 더 피터지게 싸우도록 내버려 두라.
급할 것 없다.
현역에게 전화한다고?
깡통다운 짓일 뿐이다.
조금이라도 세상 이치를 안다면 현역의원이 아니라 친노 당권세력에 의해 공천 학살 당한 지역 실력자들에게 전화해야 한다.
그렇잖아도 이런 소문이 돌고 있다.
“안철수는 ‘서울대 배지’ 혹은 ‘국회의원 금배지’ 혹은 ‘성공한 사업가’가 아니면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다”
이런 자세로는 백전백패한다.
이미 성공한 자들은, 안철수의 정치 벤처에 정치 생명을 건 동지 혹은 창날이 될 리 없다.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된 사람, 친노 당권 집단에 의해 밟혀서 뜻을 피지 못했던 사람만이 안철수의 동지, 안철수의 창날이 될 수 있다.
나는 안철수가 대선출마를 선언한 직후에 쓴 [박근혜에게 '괴물위인' 박정희는 어떤 아버지?]라는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원래 야권 안에는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있었다. 흔히 선거판에서 “새누리당원 10명 보다 민주당원 1 명이 세고, 민주당원 10 명 보다 민노당원 1 명이 세다”란 이야기가 있었다.
에너지의 원천적 수준이 다른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중략)
지난 20년 가까이 야권 안의 이 에너지는 종북에 의해 발목 잡혀 억제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종북 덕분에 이 에너지가 생겼거나 혹은 커졌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이 에너지는 ‘종북 때문에’ 아직껏 주류제도권의 거대한 한 흐름—리버럴(liberal=합리적 온건 대안세력)—로 성숙하지 못하고 케케묵은 ‘진보(progressive)’타령에 머물렀던 것이다. (중략)
그런데 김정일 죽음에서 통진당 분열에 이르는 과정에서 종북성골의 사악한 장악력이 해체되어 버렸다.
그 최대의 수혜자는 바로 그 동안 친노종북과 전대협에 치여서 기를 펴지 못 했던 야권의 인적 자원들이다.(중략)
그 성정이 여리고 합리적이기 때문에 핵심 당료로 성장할 햇볕을 보지 못 한 사람들. 그 심리가 점잖기 때문에 지난 4.11 총선에서 한명숙-이해찬 체제에 의해 공천학살 당했던 사람들.
야권에는 이런 인적 자원이 많다. 80년대 초 학 번을 기준으로, 이 같은 성향의 프로급 정당 활동가들이 못 잡아도 수 천 명.
안철수, 당신은 대선 출마 선언하고 두 달이 지나도록, [공화가치에 바탕한 합리적 온건 리버럴]을 지향하는 뜻을 바로 세우지도 못 했고, 개고생하며 힘을 길러온 지역구 원외 인사들을 조직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깡통, 속물, 간잽이 소리를 듣는다.
지금 민주당 의원들이 분열하고 있다고 좋아 날뛰며 [의원들의 분열]을 선봉에서 이끌다간 정치자살, 정치퇴장, 불쏘시개를 당한다.
[안철수 현상]의 지향점(합리적 온건 리버럴)을 보지 못 하는 것은 정치자살이며, [가치를 위한 분열]이 아닌 [개싸움을 위한 분열]로 치닫는 것은 정치퇴장이며, 단일화를 전술로 택해 만지작거리다가 맥없이 문재인에게 무릎 꿇는 것은 불쏘시개다.
안철수, 당신이 [가치를 위한 분열]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민주당 전직/현직 의원들이 [12.19 패배 이후의 당권을 위한 분열]을 일으킨 것이다.
[어쨌거나 분열]이라는 점에서는 또 한 번의 기회가 왔지만, [첫단추가 잘 못 끼워진 분열]이란 점에서는 가야 할 길이 더욱 더 어렵게 됐다.
기회와 위기가 버무려진 이 두번째 밥그릇은 깨지 말도록!
[안철수 현상]이라는 첫번째 밥그릇을깬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당신을 위해 하는 충고가 아니라 우리, 하루 하루 땀흘리며 살아가는 시민을 위해 하는 충고다.
새누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30~40%의 국민도 이제 제3정당—[합리적 온건 리버럴] 정당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안철수, 당신이 그 총대를 매라!
무소속으로 이번 대선을 완주하는 과정에서 독자 정당을 건설할 준비를 하라!
박성현 저 술가/뉴데일리 논설위원. 서울대 정치학과를 중퇴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최초의 전국 지하 학생운동조직이자 PD계열의 시발이 된 '전국민주학생연맹(학림)'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지도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도 일체 청구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기자, (주)나우콤 대표이사로 일했다.
본지에 논설과 칼럼을 쓰며, 두두리 www.duduri.net 를 운영중이다.
저서 :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망치로 정치하기>
역서 : 니체의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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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통찰이 있었다면 안철수는 마땅히 다음과 같이 주장했어야 한다.
그랬더라면 지금쯤 약 30% 안팎의 매우 강고한 핵심지지층을 형성했을 것이다.
"저는, 한미동맹강화, 북한에 대한 엄격한 상호주의, 강정기지, 한미FTA를 확고한 정책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도저히 민주당과 함께 갈 수 없습니다.
민주당은 친북으로 기울어 망가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는 새누리와도 함께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웰빙 기득권 집단을 옹호하는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 꿋꿋이 합리적 온건 대안 세력, 책임세력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그것이 제가 말씀드렸던 [정치혁신]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에게 힘과 용기와 지혜를 북돋워 주십시오.
국민 여러분!
제가 혼란을 일으키고 용기를 잃을 때 저에게 비난과 채찍을 내려 주십시오!
그리하여 저로 하여금, 대한민국 정치 60년 동안 아무도 가 보지 않은 이 길을 끝까지 갈 수 있도록 축복해 주십시오.
이 길을 가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동지를 사귀고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런데 안철수는 (최소한 지금까지는) 통찰, 사상, 전략, 용기, 정치적 상상력을 전혀 보이지 못 했다.
내심은 독자적 제3세력을 욕망하면서도 전술은 단일화를 택했다.
그에게 단일화는 처음부터 전술이었을 뿐 진심이 아니었다.
안철수는 ‘단일화’ 밀고 당기기 과정에서 민주당을 분열시켜 독자세력을 만들고자 목표한 것이다.
단일화는 민주당 분열을 위한 전술이었을 뿐이다. (최근 그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화질을 한 것을 보면 그의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난다)
얼핏 보면 이는 그럴 듯한 전술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속보이는 천박한 전술일 뿐이다.
왜냐하면 아무런 고민과 통찰 없이, 욕망으로부터 곧바로 도출한 전술이기 때문이다.
욕망으로부터 전술을 곧바로 도출하는 것은 3류 정치가 혹은 코스닥 장사치나 할 짓이다.
위대한 정치가는 절대로 욕망과 전술을 곧바로 연결하지 않는다.
훌륭한 정치가는 먼저, 욕망을 통찰과 전략으로 승화시킨다.
그리고 나서야 욕망이 아니라 전략으로부터 전술을 도출한다.
그게 위대한 정신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2012-11-18 08:36
안철수라 불리는 깡통에 갇혀 [안철수 현상]이 질식당해 죽어버렸다.
안철수 본인이 자기 자신의, [정치인으로서의 존재이유]를 부정했다.
깡통은 스스로 죽을 자리로 기어 들어갔다.
그래서 나는 이를 ‘정치적 자살’이라고 불렀다. 2012-11-18 08:41
에너지의 원천적 수준이 다른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 (중략)
지난 20년 가까이 야권 안의 이 에너지는 종북에 의해 발목 잡혀 억제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종북 덕분에 이 에너지가 생겼거나 혹은 커졌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이 에너지는 ‘종북 때문에’ 아직껏 주류제도권의 거대한 한 흐름—리버럴(liberal=합리적 온건 대안세력)—로 성숙하지 못하고 케케묵은 ‘진보(progressive)’타령에 머물렀던 것이다. (중략)
그런데 김정일 죽음에서 통진당 분열에 이르는 과정에서 종북성골의 사악한 장악력이 해체되어 버렸다.
그 최대의 수혜자는 바로 그 동안 친노종북과 전대협에 치여서 기를 펴지 못 했던 야권의 인적 자원들이다.(중략)
그 성정이 여리고 합리적이기 때문에 핵심 당료로 성장할 햇볕을 보지 못 한 사람들. 그 심리가 점잖기 때문에 지난 4.11 총선에서 한명숙-이해찬 체제에 의해 공천학살 당했던 사람들.
야권에는 이런 인적 자원이 많다. 80년대 초 학 번을 기준으로, 이 같은 성향의 프로급 정당 활동가들이 못 잡아도 수 천 명. 2012-11-18 0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