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 스님이 17일 본지에 보낸 ‘사실 확인서’라는 제목의 자필 편지. [오종택 기자]
나꼼수는 지난 11일 배포한 ‘봉주 25회’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1억5000만원 굿판’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달 18일 트위터에 “박근혜가 정수장학회 문제 잘 해결되라고 굿을 했어요. 굿 경비는 1억5000만원. 초연 스님에게 직접 들었어요”라고 글을 올린 원정 스님을 전화로 인터뷰하며 이 같은 주장을 편 것이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박근혜 굿’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박 후보와 새누리당은 “악의적인 허위 사실 유포”라고 강력 반발하며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나꼼수는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대선 후보 마지막 TV토론이 있던 16일 ‘호외 12’를 통해 굿판을 벌였다고 지목된 초연 스님의 육성파일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초연 스님은 “박근혜와 같은 조건으로 굿을 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선 끝나고 나면 같은 조건으로 굿이 가능하다. 생년월일이 다르니 장소와 날짜 등은 달라질 수 있다”고 답했다. 나꼼수 진행자들은 이 발언을 소개한 뒤 “박 후보가 굿을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초연 스님은 같은 조건으로 굿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굿을 하지 않았다고 대답하지 않았다”며 박 후보가 굿을 한 게 사실인 듯 몰아갔다.
이 내용이 급속하게 퍼지자 초연 스님은 같은 날 밤 새누리당에 ‘사실 확인서’라는 제목의 자필편지와 나꼼수 측 활동원 2명이 신도로 가장해 접근하며 보낸 문자메시지 사진을 전달했다. 그는 편지에서 “본인은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든 무엇이든 일절 굿을 한 적이 없으며 굿을 했다고 말한 적도 전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초연 스님은 17일 중앙일보에 보낸 자필편지에선 “(본인은) 정수장학회라는 이름도 몰랐던 사람”이라며 “상식적으로 그런 대형 굿을 했다면 수십 명이 참여하고, 지켜보고 사진 찍고 하는데 비밀이 지켜질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또 나꼼수가 공개한 대화에서 ‘박근혜 굿’이 언급되는 대목에 대해선 “박근혜와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굿을) 해줄 수 있겠느냐는 말은 분명히 제대로 못 들었다”며 “일반적으로 아기 가지는 굿도 그런 초대형 굿처럼 같은 방법과 순서대로 해줄 수 있느냐는 의미로 대답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