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지 않는 곳이 어디 있으랴....
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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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새벽 어둠을 물리치기 위해 손전등을 머리맡에 두었는데
창호지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 덕분에 쉽게 옷을 찾아 입었다.
눈을 감고 있을 때의 칠흑이 있어 스며든 달빛이 밝아 보인다.
마치 더한 고통을 겪고 난 뒤에 비로소 지금이 행복함을 알듯이.....
행여 새벽바람에 감기나 들까하여 온몸을 꽁꽁 동여맨 사람들이
눈덮인 산길을 구불구불 뱀이 기어가듯 불일암 가는 길에 늘어섰다.
말들이 없다,
아니 말이 필요치 않았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있는 감로암 약수물 떨어지는 소리와
눈을 밟는 뽀드득거림만이 공허한 메아리로 겨울산을 가득 메웠다.
행여 구름사이로 비치는 수줍은 햇님이라도 볼까하여
조계산을 바라보고 섰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눈송이만 굵어지고 있다.
경남신문 J기자한테서 문자와 일출 사진이 날아왔다.
"여긴, 경주 석굴암. 그긴 해 떴어요??"
돈이 걸린 시합에서 진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어 한마디 쏘아 붙인다.
"해뜨지 않는 곳이 어딨어요? 구름이 문제지......"
그래, 무슨 일이든지 구름이 문제다.
눈앞에 펼쳐진 삼라만상은 그대로 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우리네 마음을 가린 구름의 색깔에 따라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불일암 뒷산에 올라 구름을 장식한 주암댐을 보고 하산을 재촉하는데
주지스님의 말씀이 더 또렷하게 재생되어 내 뒤를 따라오고 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 밝은 해가 떠오르기를......."
2013.1.1 순천 송광사 불일암에서 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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