參禪- 自己觀察의 科學.
강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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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근본적인 불안不安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안심安心하기를 원한다.
고대부터 이 화두는 많은 철인과 종교적인 성자를 낳았으며, 2-3000년 전 4대 성인을 배출하는 등 인류는 이 문제 해결에 고심해왔다.
오늘날 후기산업사회의 팽배한 물신物神풍조는 물질적인 풍요가 안심을 가져온다고 믿었다. 그러나 물질의 풍요가 안심을 가져오진 못했으며,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계화시대의 지구촌은 소용돌이치는 격변과 얼키고 설킨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과학기술문명의 허구성을 폭로한다는 명목 아래 수 차례에 걸쳐 폭탄테러를 감행한 미국의 유나버머(unabomber), 도쿄 지하철에 신경 독가스인 사린을 투입한 종말론을 신봉한 일본의 사이비종교인 옴진리교 신도들,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를 불러온 우울증 환자, 불안을 해소하고자 마약에 의존해 자신을 더욱 피폐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마약중독자, 이들은 현대 문명이 처한 위기와 독소가 겉으로 드러난 것의 한 단편일 뿐이다.
객관성과 이론적 체계와 실증을 갖춘 과학문명시대의 현대학문으로도 아직 인류의 불안을 해소하고 평화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이는 철저한 인간에 대한 탐구를 통한 가장 보편적이고 궁극적인 새로운 휴머니즘에 의해서만 비로소 해결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인간 마음에 대한 탐구는 이미 2500여년 전 싣달타에 의해 마음 자체를 탐구기구로 사용해 마음의 본성을 밝히는 정교한 명상방법이 철저히 행해졌으며, 이를 따르는 수많은 수행자들의 긴 세월에 걸친 축적된 명상의 과실果實이 승가에서 교학적으로 학문적인 체계를 가지고 분석되어 왔다. 또한 이들이 오늘날 현대과학의 방법으로 차차 그 실재가 증명되어지고 있다.
2000년 3월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티베트의 정치, 종교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미국의 정신의학자, 신경과학자들이 만나서 ‘사람은 어떻게 부정적이고 해로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가’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이 자리에서 최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과 첨단 뇌파 분석(advanced EEG anal-ysis)을 통해 특정 뇌 영역의 활성정도(activity)와 기분(mood)의 연관성을 지표화(index for the brain's set point for moods)한 위스콘신 대학의 신경과학자 리처드 데이비드슨(Richard Da-vidson) 박사의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는 감정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하거나, 화가 나거나, 기분이 나쁠 때 뇌 감정 중추의 한 부분인 편도(扁桃 amygdala)와 오른쪽 전두전(前頭前 pre-frontal) 피질(皮質 cortex)이 가장 활성화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 오른쪽 전두전(prefrontal) 피질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감정이 민감해지는 현상에 주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분이 좋아질 때, 즉 즐겁고, 열광적이고, 활력이 넘칠 때, 이들 두 곳은 조용해지고 왼쪽 전두전 피질이 활발히 기능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따라서 이들 뇌 좌측과 우측의 전두전 부위의 활성화(baseline levels of activity) 상대비(left-right ratio)를 내면, 이 상대비가 우측으로 기울수록 기분이 나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반면, 좌측으로 기울수록 더 행복하고 기쁘다. 이들 상대비의 약간의 변화가 사람들 기분의 변화와 놀랍게 정확하게 일치하였다. 그리고 이 상대비의 기본중심 축이 생물학적으로 사람마다 일정하다는 것도 새로 밝혀낸 사실이고, 수백명을 대상으로 관찰한 결과, 대다수의 사람들이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의 중간에 위치해 있었다.
아주 극단적으로 우측으로 치우친 소수의 사람들은 그들의 일생에서 임상적으로 우울증과 불안증을 앓고 있었다. 좌측으로 치우친 소수는 고통을 느끼는 일이 드물고, 설사 느끼더라도 빠른 회복을 보였다. 또한 복권에 당첨돼 기쁘거나, 사고로 슬픔에 빠지는 등의 아주 특별한 충격적인 계기로 상대비의 기본중심축이 변했더라도 수년이 경과하면 이전상태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아 개인들이 타고난 감정 기본축의 변화는 그렇게 크지 않아 보인다.
데이비드슨 박사가 한 티베트의 라마승의 상대비를 측정해보니 그 고승은 그때까지 측정한 175명 중 가장 좌측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가 인도에서 과학자들과 달라이 라마가 만난 자리에서 이 사실을 보고하자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이것은 그 라마승만의 특징인가, 아니면 승려가 되려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징인가, 라마승의 수행과 관련이 있는가, 티베트의 불교신자들도 승려와 같은 정도인가, 영구적으로 행복을 느끼도록 상대비의 축을 고정화할 수는 없는가 등등.
특히 달라이 라마는 어떻게 이것을 종교적으로 국한시키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이 혜택을 적용할 것인가 질문을 하였고, 데이비드슨 박사는 매사추세츠 의대의 존 카뱃진(Jon Kabat-Zinn) 박사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가설적인 해답을 내놓았다.
카뱃진 박사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생명공학 업체의 근로자들에게 두 달 동안 매주 3시간씩 명상(자신들의 기분과 생각을 감시하면서 그들을 스트레스로 몰고 가는 그것을 놓아버리는 방법)을 가르치며, 데이비드슨 박사가 이들의 상대비를 측정했더니 명상을 배우기 전에 오른쪽에 있던 것이 점점 왼쪽으로 움직여서, 그들이 낙관적으로 바뀐 것이다. 즉 사람은 훈련에 따라 상대비의 축을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슨 박사는 “명상이 왼쪽 전두전 피질의 신경세포들의 기능을 강화하고 이 신경세포들은 편도가 기분 나쁜 감정을 주관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명상을 하면 면역 시스템도 강화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들은 실험 대상자를 명상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눈 다음 두 그룹의 사람 모두에게 독감 항체를 넣고 반응을 조사했다. 이 결과 집중 명상을 배운 사람은 증세가 약했고. 상대비의 축이 왼쪽에 있을 수록 면역계가 더 튼튼해지는 것이었다. 즉 마음으로 마음을 내관內觀하는 참선법을 실천하면 마음의 긍정적인 변화(깨달음)와 육체의 긍정적인 변화가 있게 된다는 것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증하게 된 셈이다.
한편 다람살라의 모임에 참석한, 샌프란시스코의 캘리포니아 주립대 “인간 상호작용 연구소(Human interaction laboratory)”의 소장인 폴 에크먼(Paul Ekman) 교수는 감정 변화에 따른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나타내는 신호를 포착해서 사람의 기분을 알아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얼굴의 미세표정변화는 짧은 경우는 20분의 1초만 지속되는 등, 매우 빨리 변화해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렵고,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지나가기 때문에 일반인은 물론 판사 경찰관 심리치료사 조차 알아내기 힘들다.
그런데 2명의 티베트 수행자들을 실험실로 초빙해 실험했더니 한 명은 6번의 표정변화 중 3개의 얼굴 움직임을 포착했고, 또 한 명은 4개의 표정변화를 포착했다. 그리고 미국의 불교명상 강사는 드물게도 6개 모두를 포착했다. 보통 사람은 지도를 받아도 1개를 맞히는 정도다.
에크먼 교수는 이 실험결과와 달라이 라마의 귄유로,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보다 잘 조절하고 대인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돕기 위해 명상 등의 불교적인 방법과 미세표정변화 읽기 등의 현대 심리학의 훈련방법의 장점을 결합해 “감정평형 개발(Cultivating Emotional Balance)” 프로그램을 디자인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인류의 안심과 평화를 위해, 이들 일련의 과학과 참선의 접합이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어내어서, 내관(內觀:自己觀察)의 과학을 현대에 널리 전파하고, 인류 모두가 참선수행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 허태기 좋은 글 감사합니다._()_ 2013-04-02 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