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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스님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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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스님

 

얼마전에 친분이 있는 불자님으로부터 전화로 내게 '큰 스님'에 대해서 물어왔다.

요즘 사람들이 너도 나도 큰 스님 큰 스님하고 부르는데 큰 스님이란 어떤 스님을 말하는지, 또 큰 스님

에 대한 어떤 자격요건이 있는지가 궁금하다면서 내가 포교사이니 물어본다는 것이다.

한참 생각하다가 큰 스님이란 말은 내가 알기로는 근래에 생긴 용어로 불자들이 특정 스님에 대해 존

경심에서 통상 상대를 높히거나 또는 특정스님에 대해 아부하는 심리에서 부르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흔히 요즘 사회에서 직원 한사람 거느리지 않고 회사를 경영하지도 않는 사람, 가르치는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을 보고 아무나 '선생님' 또는 '사장님' 하고 부르는 것과 같은 것일 것이라고.

 

불가에서는 옛날부터 수행이 깊고 연로하신 스님을 '장노'라고 불렀으나 이러한 호칭이 기독교에서 주

로 사용하기에 불가에서는 이런 스님을 '노장스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가 듣기에는 노장스님이라

는 호칭이 제일 원만해 보인다. 나이도 그다지 많지 않은 50대 중반스님을 큰 스님 큰 스님하고 부르는

것을 볼 때 무언가 어색하게 들리는 것이다. 

 

큰 스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나 이를 듣기 좋아하는 스님의 마음에는 큰 스님과 작은 스님을 분별하고

차별하는 심리가 내재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무언가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일 수록 "큰" 수식어를

붙히는 것을 좋아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스님이면 그것으로 최상의 존칭이 아닐까. 스님이면 되

었지 그 위에 또 무슨 큰 스님인가? 부처님은 잉금의 지위도 버리고 수행자가 되지않았던가. 명예에 집

착한다면 출가보다는 보편적인 사회생활을 하면서 출세하는 것이 정도가 아닐런지. 수행하는 스님에게

무슨 크고 작은 것이 소용할까.

 

열반하신 법정스님께서는 평소에 누가 큰 스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아주 싫어하셨다.

그러면서 내가 큰 스님이라면 다른 스님은 작은 스님이라는 것이 되는데 그게 가당찮다는 것이다. 또

스님께서는 불자들이 당신에게 삼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셨다. 그냥 일배로 맞절하면서 편하게 대

하셨다. 그렇다고 이런 스님을 누가 작은 스님이나 수행력이 약한 스님이라고 여기는 불자는 한사람도

없는 것이다. 그럴수록 오히려 더욱 존경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실 나도 개인적으로는 큰 스님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단히 부정적이다.

스님을 명예에 지나치게 탐착하는 신분으로 고착시키는 신도들의 태도가 심히 못 마땅한 것이기때문이

다. 이런 식이라면 나중에 더 큰 수식어 더 크게 아부하는 용어가 새로 생겨나지 않는다고 누가 단언하

겠는가. 어떤 스님은 자신을 스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소승'이나 '소납' 등의 말로 스스로를 낮추는 분

도 계신다. 그런 스님을 대할 때면 그 분의 인격과 내면의 깊이를 보는 것 같아 기쁘다.

 

사람이 남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은 호칭이나 명예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의 겸손과 남을 배려

하고 평등심으로 대하는 인격의 고매함에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

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부디 수행하는 분들이 명예나 호칭의 유혹에 빠져들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불자들이 진정으로 스님을 존경하고 특정스님에대한 애정이 각별하다면 노장스님이란 용어를 다

시 살렸으면 한다. 법정스님께서 살아생전에 불자들이 연로하신 스님에 대한 호칭으로 어른스님이

란 말을 허용하신 것으로 안다. '어른'이란 단어는 불특정 용어로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낱말이기 때문이다. 우리 불자들이 스님을 크고 작게 구분하고 분별하는 용어는 가급적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제에 종단차원에서도 이런 용어를 불자들이 쓰지 못하게 했으면 어떨까 싶다.  

 

 

'13. 5.21. 지우 합장.

  • 강길형 큰 스님 있으면 작은스님이 연상되는데 이턴 이분법적 사고로는 한국불교 큰문제다,
    큰스님 뒤꽁무니 졸졸 따라다니면 무슨 큰복이나 받은듯 착각속에 빠져 분별심만
    증장시키는게 아닌가 싶다,
    不二 둘이 아닌 一하나 노장스님이란 용어에 백프로 동의하고 포교사단부터
    거단적으로 이를 실천해가길 바란다.
    춘성스님이 일갈하지 않았던가?, 큰스님은 무슨 큰스님!, 배꼽밑의 기둥이 커야 큰스님인가!,
    기둥이 크면 아프고, 기둥이 작아야 시원한 거여!!!, 알간轄
    2013-05-25 11:31 댓글삭제
  • 허태기 기둥이 크면 아프고, 기둥이 작아야 시원한 거여!!! 참으로 새길만한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2013-05-26 12:49 댓글삭제
  • 허태기 自燈明 法燈明, 自歸依 法歸依하라는 부처님의 말씀은 귓전으로 흘리고
    손가락만 쫒아다니면서 큰 가피나 받은 것처럼 착각하는 극히 초보적인
    신행에서 한걸음 더 나아갔으면 합니다.
    2013-05-26 13:14 댓글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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