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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에 닮긴 삶(2)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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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에 닮긴 삶(2)

 

   나이가 지긋하여 허리가 부실하거나 비교적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지하철을 타고 서서 간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럽고 피곤한 일이다. 특히 장시간 서서가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옛날과 달라 나이든 사람이 서있더라도 자리를 양보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물론 바쁜 생활에 지친 몸을 끌고 다니느라 젊은이들도 피곤한 탓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노인이라고 배려하는 마음이 옛날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회가 이기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누굴 탓하랴! 모든 것은 가정교육의 부실에서 비롯되고 나아가 학교에서의 인성교육 부재와 출세제일주의 사회적 환경 탓이다.

   이런 분위기를 잘 알기에 나이 많은 사람들도 전철에 오르면 먼저 빈자리부터 찾기에 눈이 바삐 움직인다. 그러나 설사 빈자리가 발견되더라고 동작 빠른 젊은 사람이 먼저 차지해버린다. 얼마 전 내가 전철을 타고 빈자리를 찾는데 다행히 서있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빈자리가 있었다. 스스럼없이 무심코 자리에 앉고 보니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바로 옆에 때에 절어 반질반질한 의복에 얼굴과 손발에 때가 새까맣게 낀 중년 남자가 맨발로 앉아 있는데 냄새는 그 사람으로부터 나오고 있었다. 노숙자 같았다. 냄새만 피우는 게 아니라 무어라고 큰 소리로 혼자 말을 하는데 듣기에도 부담스러웠다. 그러니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 앉았다가 멀리 비켜가는 것이었다. 나도 곁에 계속 앉아 있기가 뭣하여 마침 앞좌석이 빈 것을 보고 자리를 옮겼다. 승찬(僧璨)대사는 신심명(信心銘)에서지도무난(至道無難)이니 유혐간택(唯嫌揀擇)하고, 단막증애(但莫憎愛)하면 통연명백(洞然明白)하리라고 했다. 무상대도는 어렵지 않으니 오직 취하고 버리간택하는 마음과 미워하고 사랑하는 이 두 가지 마음만 없으면 도는 저절로 툭 트여 환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마음으로는 분별 심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늘 생각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에 봉착하면 내 자신부터 먼저 회피하는 것이다. 성현의 말씀대로 도인이 되지는 못할지언정 바른 인격자가 되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노숙자가 전철에서 내리자 새로 전철에 오른 사람들이 잽싸게 앉는다. 마치 운이 좋아 빈자리를 차지한 것처럼..... 그 자리에 앉은 젊은 아가씨는 몸에 향수를 뿌리고 손거울을 보며 잔뜩 멋을 낸다. 사람들이 불결하다고 여기는 것도 자신이 보지 않으면 불쾌한 느낌은 커녕 반가운 마음으로 다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고 심리이다. 우리들이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이와 같이 보지 않거나 듣지 않는 이 훨씬 기쁘고 행복한 일이 더 많으리라.

 

 - 주간한국문학신문 기고 칼럼(2013. 8. 14)/청강 허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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