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위해 무엇을 하려는 민노총인가?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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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최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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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0.31 03:01 | 수정 : 2013.10.31 04:09
["금속노조가 승인 안 해주면 영원히 탈퇴 못한다는 말인가"]
-발레오電裝 노조, 간곡한 호소
3년 전 극심한 노사 분규·직장 폐쇄… 새 노조 만들어 흑자 회사로 재기
금속노조의 '새 노조 무효' 소송에 1·2심 연속 패소… 회사 다시 술렁
大法서도 금속노조가 이기면 지난 3년간 勞使합의 무효화
프랑스 본사, 공장 철수 가능성
-1·2審 법원의 논리
"교섭권, 금속노조가 가진 상태… 규약상 임의 탈퇴는 불가능"
경북 경주에 있는 자동차 부품 회사 발레오전장(電裝)시스템스코리아(이하 발레오)의 정홍섭(48·사진) 노조위원장은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한숨부터 내쉬었다.
발레오는 지난 2010년 초 극심한 노사 분규를 겪은 이후 노조의 극적인 변신으로 노사 상생(相生)의 길을 걸어온 덕에 회사가 되살아난 성공 사례로 꼽혀 왔다. 하지만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새 노조 설립은 금속노조 규약을 어겨 무효"라며 2010년 12월 낸 소송에서 발레오노조 측이 1·2심 모두 패소한 이후 현재 대법원 판결만을 남겨둔 상태여서 회사가 다시 술렁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발레오 지회는 (금속노조 산하 조직이므로) 독립된 노조라고 할 수 없고 '해당 단위 총회를 통한 집단 탈퇴는 불가능하며 조합원 탈퇴는 지회장, 지부장, 위원장의 결재를 거쳐야 한다'는 금속노조 규정을 위배해 무효"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금속노조에 들어가는 건 되고, 나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이 규약은 과연 누구를 위한 규약이냐"고 반문했다.
발레오는 프랑스의 자동차 부품 회사 발레오그룹이 1999년 만도기계 경주 공장을 인수해 설립한 직원 800명 규모의 회사다. 2001년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한 이후 해마다 파업을 벌였고, 2010년 초엔 100일이 넘는 노사 분규 및 직장 폐쇄까지 겪었다. 당시 프랑스 본사는 "매년 반복되는 파업을 못 견디겠다"며 공장 철수까지 검토했다.
이 사태를 계기로 발레오노조가 180도 바뀌었다. 노조원들은 "노사 갈등으로 공장을 잃어선 안 된다"며 2010년 6월 전체 조합원 601명 가운데 550명이 참석한 총회를 열고 97.5%(536명)의 찬성으로 금속노조 탈퇴를 결정하고 새 노조를 만들었다. 경주시에서 노조 설립 신고 필증도 받았다. 새 노조는 무분규를 선언하고 임금·단체협약을 회사에 위임했다. 회사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고용을 보장하고 "수익의 25%를 직원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적자이던 회사는 흑자로 돌아섰다. 2009년까지 3000억원 안팎이던 매출액이 지난해엔 5314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일본 도요타, 미국 GM과 900억원 상당의 수출 계약도 맺었다. 2009년 6000만원이던 기능직 직원의 평균 연봉이 지난해 7300만원으로 올랐다.
그런데 금속노조와의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지난 3년간 새 노조가 회사와 한 합의들이 전부 무효가 될 위기에 처했다. 정 위원장은 "프랑스 본사에서도 금속노조가 승소하면 다시 공장 철수를 검토하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정 위원장이 이끄는 새 노조에는 전체 노조 가입 대상자 520여명 가운데 500여명이, 기존 금속노조 지회에는 조합원 8명(해고자 29명 제외)이 가입해 있다.
"법원이 우리더러 잘못했다고 하면 새 노조가 설 자리는 없어집니다. 또다시 서로 싸우던 때로 돌아가는 거죠. 애써 살려 놓은 우리 일자리는 어쩝니까? 제발 금속노조 그늘에서 좀 벗어나고 싶어요."
정 위원장은 "경찰이나 총회 소집권을 준 고용노동부나 금속노조 눈치만 보고 있다"며 "지방의 작은 중견기업 노조는 기댈 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원들이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하자고 하는데 엄두를 못 낸다"고 했다.
"우리도 금속노조처럼 시위하고 싶어요. 그런데 돈이 없어요. 예전에 낸 조합비는 전부 금속노조가 가져가고 새 노조는 잔고가 1000만원도 안 됩니다. 조합원들이 개인 휴가를 내고 서울을 왔다갔다해야 하는데 어떻게 감당합니까."
"다신 안 하렵니다. 직장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서글퍼요. 그땐 오로지 이 탄탄한 공장 문 닫지 않도록 노력했는데…. '걸리면 죽는다' '밤길 조심해라'는 협박 많이도 들었습니다. 집에 찾아와 문 두드리고 욕하고…."
그는 수시로 "적응이 안 되죠? 서울 사람들은 모르죠. 아직도 이런 곳이 있는지…"라는 말을 뱉었다. 정 위원장은 2010년 쟁의 당시 금속노조 지회의 대의원 대표였다.
"그때 금속노조 지회장을 찾아가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전체가 죽는다. 공장이 문 닫는데 조합이 무슨 필요냐' 했는데 돌아온 말은 '개기는 놈이 이긴다'는 소리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대의원들을 중심으로 새 노조를 만들게 됐지요."
정 위원장을 만나고 공장을 나서는데 밖에서는 발레오 해직자와 금속노조 지회 조합원들이 퇴근길 선전전을 하면서 튼 노동가 소리가 들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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