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는 날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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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 날
- 청강 허태기 -
폴폴 내리는 눈으로
새 하얗게 변하는 은빛세상
흔적 하나 없는
순백의 골목길을
정겨운 발자국 새기며
첫눈 오는 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자
어깨를 다정스레
눈길에 넘어지기도 하면서
지나는 길목에서
따끈한 붕어빵을 사서
호호 불어가며
마주보면서 맛있게 먹자
첫눈 오는 날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서
흰 눈덩이를
온 몸으로 맞으면서
팔짱을 끼고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걸어보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첫눈을 기다리듯
그도 나를 기다리며
첫눈이 내리기를 바랐으면 좋겠다.
첫눈을 기다리는
연인들의 가슴에는
첫눈 같은 순수한 사랑이
소복이 쌓여가겠지
첫눈은
기다리는 연인들을 위해
그처럼 아름답게 내리는 것이리라
숨 가쁜 세상에
하얀 눈이 내린다는 것,
한 박자 느린 걸음으로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잇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덕수궁 돌담길에서 만나자
돌담길 맞은 편 자그마한
정갈스런 식당에서
따뜻한 우동 한그릇에
추운 몸을 덥히고
자판기에서 뽑은
300원짜리 커피잔을
정담으로 가득 채우면서
눈 내리는 돌담길을
손을 마주잡고 걸어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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