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에 닮긴 삶(7)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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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에 닮긴 삶(7)
또 한해가 지나갔다. 슬기로운 계사년을 보내고 복과 행운을 상징하는 청마(靑馬)의 갑오
년을 맞이했다. 보신각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사람들은 산과 바다로 해맞이가 좋은 곳을
찾아 나선다. 새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마음으로 보다 나은 삶을 가꾸고자 교통체증과 이른
새벽의 추위를 무릅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어제의 해와 오늘의 해가 다르지 않고 지난해와 올해의 해가 다르지 않지만 사람들은 1년
을 단위로 매년 새해의 의미를 부여한다. 한해의 인생살이를 돌이켜보면서 해가 바뀔 때면
새로운 다짐과 바람직한 소망을 바다를 뚫고 산을 딛고 솟구치는 태양을 바라보며 염원하는
것이다.
나무는 나이테가 늘수록 웅장하고 여유로워지지만 나이가 들수록 왜소해지고 옹졸해 가
는 마음은 자연을 통해 순화해야 할 것 같다. 대나무가 비록 가늘지만 하늘높이 뻗어가면서
도 태풍에 쓰러지거나 부러지지 않는 것은 속을 비우고 일정한 간격으로 매듭을 지워 그 매
듭마다 부드러운 잎으로 감싼 가지를 펼쳐 균형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전향적인
삶을 향해 스스로를 한 단계 도약시키려면 대나무의 매듭처럼 한해를 되돌아보면서 반성하
고 마음을 다져 스스로를 바로세우고 새해를 설계하는 대나무의 푸른 잎과 같은 지혜가 필
요한 것이다.
샘이 흐려지면 샘물은 모두 퍼내어 바닥에 쌓인 찌꺼기를 걸러내어야 맑은 물이 고이듯이
사람의 마음도 지난 해 동안 쌓였던 타성과 원망이나 불만 등 부정적인 요소를 모두 비워버
리고 밝고 희망찬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워야 한다.
교육심리학에서는 생각이 행동을 낳고 잦은 행동이 습관을 만들며 습관이 인격을 형성하
고 그 인격이 결국 그 사람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의 생각 즉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인간의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은 모두 마음에
서 비롯된다. 마음 밭에서 싹트는 생각들이 사람들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것이다.
인간의 위대성은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이러한 마음 밭에 믿음이라는 씨앗을 뿌려 신이
라는 존재를 창조하고 창조된 신에 의지하여 보다 새로운 인간으로 재창조되는 지혜로움에
있는 것이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것도 이런 연유이다. 인간의 영성은
이처럼 신비롭다.
삶이란 자아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자기발전을 추구하는 과정이다. ‘수고하지 않고 얻어지
는 것은 없다(No pains, no gains.)’는 격언처럼 자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려면 그에
상응한 의지와 노력이 요구된다. 보다나은 자아실현을 위해서는 고통을 진주로 승화시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지난해의 묵은 먼지들은 말끔히 털어버리고 드넓은 광야를 향해 대지를
박차고 달리는 청마의 모습에 나를 모자이크해본다.
- 주간한국문학신문 기고 칼럼(2014.1.15)/청강 허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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