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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강의 10년 대장정 - 5년째 이어가는 무비 스님

강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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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참선한다고 깨우치나 뜰앞 매화나무도 모르면서 …

[중앙일보] 입력 2014.04.09 00:49 / 수정 2014.04.09 00:49

화엄경 강의 10년 대장정 … 5년째 이어가는 무비 스님
하나 속에 모든 게 다 들어있어
화엄의 눈으로 보면 만물이 부처
하반신 불편해 기저귀 차고 설법

무비 스님은 “이치를 모르면 삶에 장애가 생긴다. 육신이 건강해도 인간의 본성을 모른다면 그게 바로 장애인이다. 본성을 알아야 삶이 자연스러워진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우리 몸에 60조의 세포가 있다. 그 세포 하나 안에 또 60조의 세포가 있다. 그래서 내가 울 때 360조의 세포가 같이 운다. 내가 웃을 때 360조 세포가 같이 웃는다.”

 7일 부산 금정구 청룡동의 건물 5층에 자리한 문수선원을 찾았다. 조계종 초대 교육원장을 역임한 무비(71) 스님이 ‘『화엄경』(총80권) 강의’를 하고 있었다. 강당은 150여 명의 비구·비구니 스님으로 가득했다. 강원도에서 오는 이도 있고, 지리산에서 오는 이도 있었다. 태고종 가사를 두른 타종단 스님들도 여럿 보였다. 무비 스님은 2010년부터 5년째 『화엄경』을 강의하고 있다. 강당 뒤 플래카드에는 ‘금세기 최고의 축제 화엄경 강설 만일(萬日)결사’라고 적혀 있었다. 10년을 계획하고 시작한 대장정이다.

 무비 스님은 『화엄경』을 “최첨단 과학”이라고 불렀다. “난초 잎 하나에서 수백, 수천 포기가 나온다. 하나의 세포 안에 모든 게 다 들어 있다. 소·돼지 복제할 때도 세포 하나로 복제한다. 우리의 마음도 그렇다. 일심(一心)에서 무량심(無量心)이 나온다.” 사람이 쓸 수 있는 마음의 종류가 그만큼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그러니 어떤 상황이 닥쳐도 가장 조화롭고 지혜로운 마음을 골라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자기 마음 창고에 있는 보석을 보라고 했다.

 강의를 마친 뒤 한 비구니 스님이 무비 스님을 찾아왔다. “오늘 강의를 듣고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며 세 번 절을 했다. 절집에서 하는 감사의 표현이다. 무비 스님은 10년 전에 허리를 다쳤다. 척추수술을 받다가 신경을 건드리는 의료사고가 생겼다. 그 때문에 하반신이 마비됐다. 3년간 누워서 문 밖 출입을 못한 적도 있다. “많이 좋아졌다. 요즘은 50%만 마비 상태다. 그래도 배변은 조절이 어렵다. 기저귀 찬 것 보여줘?”라며 껄껄 웃었다. 실내에서도 신발을 신었다. 지팡이를 짚어도 몸의 균형을 잡기 어려워서다. 그런 와중에도 ‘『화엄경』 강설집’을 따로 집필 중이다. 최근 『대방광불화엄경 강설』(담앤북스) 다섯 권을 먼저 냈다. 80세가 되기 전에 모두 81권의 집필을 마칠 계획이다.

 8일 아침 금정산(金井山)에 깃든 범어사에서 무비 스님을 다시 만났다. 처소의 현판에 ‘화엄전’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무비 스님은 “범어사는 신라시대 화엄 종찰이다. 금정산에는 ‘원효봉’도 있고, ‘의상봉’도 있다. 그런데 범어사에는 화엄의 흔적이 없다. 그래서 저의 처소 현판을 ‘화엄전’으로 지었다”고 말했다.

 무비 스님은 ‘화엄의 눈’을 강조했다. 그 눈으로 보면 책상 위의 공책과 노트북, 방안의 운동기구와 뜰앞의 매화나무까지 모두 부처라고 했다. “우리의 본성을 알면 세상 모든 생명과 물건이 부처로 보인다. 그렇게 부처로 장엄된 세상이 바로 화엄 세상이다.”

 그걸 알고 사는 것과 모르고 사는 것. 둘의 차이는 뭘까. 무비 스님은 “이걸 알면 그도 행복해지고, 나도 행복해진다”고 답했다. “우리는 사람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파리의 눈으로 보면 어떨까. 저 소나무에 물어보면 뭐라고 답할까. 이처럼 모든 존재를 투철하게 들여다보라. 전체적으로 통시(洞視·꿰뚫어 환히 봄)해보라. 그럼 이 우주의 모든 존재가 부처고, 신이고, 보살이고, 하느님임을 알게 된다. 그걸 알면 우리가 사람을 어떻게 대할지는 명약관화하다.”

 이 말끝에 무비 스님은 『화엄경』을 태평양에 비유했다.

“다들 나(我)라는 우물에 갇혀 산다. 그 우물 안 개구리로 산다. 주위에도 평생 참선하고서도 주지 문제가 걸리면 그가 언제 참선했나 싶게 달라지는 스님도 있다. 먹물 옷만 입었지, 가치관은 세속인과 다를 바 없더라. 나도 한 때는 ‘조계종의 막가파’였다. 공부 안 하는 스님들 향해서 사정없이 비판했다. 불교의 기개가 다 죽은 것 같았다. 『화엄경』 공부를 했더니 그런 나도 참 너그러워지더라. 『화엄경』에서 일러주는 우리의 본성이 태평양처럼 넓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이 부처다’라는 인불(人佛)사상이 갈등과 다툼을 녹이고 세계평화를 이루는 열쇠라고 본다.”

 무비 스님은 출가한 스님들도 살다 보면 두 길로 나눠진다고 했다. 하나는 부처님 말씀이 좋아 그 길로 계속 가고, 또 하나는 세상 사람과 똑같이 세속적 가치를 좇게 된다. “나는 멀리서 『화엄경』 공부하러 오는 스님들이 참 고맙다. 그 스님들이야 내게 고맙다고 하지만, 나는 그게 아니다. 그분들이 있어서 나도 공부가 된다.”

부산=백성호 기자

◆무비(無比) 스님=1943년 경북 영덕 출생. 58년 출가해 10여 년 선지식을 찾아 선방에 다녔다. 77년 탄허 스님에게 『화엄경』을 배웠다. 이후 통도사 강주, 범어사 강주, 은해사 승가대학원장, 조계종 교육원장, 동국역경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동화사 한문불전승가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법화경 강의』 『임제록 강설』 『대승찬 강설』 등이 있다.

  • 강길형 무비 스님은 출가한 스님들도 살다 보면 두 길로 나눠진다고 했다.
    하나는 부처님 말씀이 좋아 그 길로 계속 가고,
    또 하나는 세상 사람과 똑같이 세속적 가치를 좇게 된다
    ---이판,사판의 갈림길,
    사판의길이 더 달콤하거덩-그러니 자고일어 나면 문제가 쏟아져 나온다!!!
    2014-04-09 09:13 댓글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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