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5일 발행 ∥ 민족사 펴냄 ∥ ISBN 978-89-98742-23-2 (03220)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형형색색의 고운 연등이 거리를 밝히는 이즈음, 민족사에서 출간된
강길형◈ 차례
나의 스승 탄허 스님
-서울 금강선원장 혜거 스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인재가 되어라 …12
나의 스승 지관 스님
-前 중앙승가대 총장 태원 스님
항상 목표를 세워 정진하라 …28
나의 스승 대은 스님
-조계종 어장(魚丈) 동주 스님
70 넘은 노스님이 20년 후배에게 절을 한 까닭은? …46
나의 스승 홍법 스님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정우 스님
스승을 남기고 떠난 스승 …62
나의 스승 법정 스님
-법화림 덕현 스님
큰스님은 진정 ‘스님’이셨습니다 …80
나의 스승 금오 스님
-조계종 원로의원 월서 스님
놀지 말고 참선을 하든지 일을 하라 …96
나의 스승 관조 스님
-가평 백련사 주지 승원 스님
스님의 사진은 사리(舍利)입니다 …112
나의 스승 청화 스님
-동사섭 행복마을 이사장 용타 스님
‘청정’과 ‘정진’의 또 다른 이름 ‘청화’ …128
나의 스승 백봉 김기추 거사
-보림선원 서울선원 안경애 선원장
분명히 재가자도 견성할 수 있다 …146
나의 스승(노스님) 보문 스님
-봉화 축서사 선원장 무여 스님
보문 노스님이 좀 더 살아계셨더라면… …162
나의 스승 벽안 스님
-조계종 고시위원장 지안 스님
금생은 안 태어났다 생각하고 정진하라 …180
나의 스승 서옹 스님
-고불총림 백양사 주지 진우 스님
계속 놓아라 그것이 참사람의 마음이다 …196
나의 스승 ‘선지식들’
-前 조계종 교육원장 무비 스님
저는 스승 복이 참 많은 사람입니다 …214
나의 스승 묘엄 스님
-수원 봉녕사 주지 자연 스님
부처님 사상에 충실한 삶을 살아라 …232
나의 스승 광덕 스님
-서울 불광사 회주 지홍 스님
우리는 부처다 부처로 살자 …250
나의 스승 혜암 스님
-해인총림 해인사 유나 원각 스님
공부하다 죽어라 …266
나의 스승 일타 스님
-동국대 정각원장 법타 스님
참선을 좀 했으면 좋겠는데… …284
나의 스승 해안 스님
-서울 전등사 전등선림 선원장 동명 스님
7일이면 깨칠 수 있다 …302
나의 스승 대행 스님
-안양 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
보배로운 나의 근본이 바로 주인공 …318
나의 스승 청담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 혜자 스님
베풀고 나누면서 수행하라 …336
나의 스승 성철 스님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
중은 논두렁을 베고 죽어야 한다 …3542014-04-16 14:55
강길형제자를 위해 70 넘은 노스님이 후배에게 절을 하고,
세상을 떠나서도 제자를 보살피는 스승의 은혜……
“은사스님께서 송암 스님을 찾아가 ‘스님이 알고 있는 소리는 하나도 빠짐없이 원명이에게 가르쳐 달라’며 절을 했다고 합니다. 그때 은사스님 나이가 70이 넘었고, 송암 스님은 이제 막 50줄에 접어들었는데, 제자의 공부를 위해 후배스님에게 절을 하신 거죠. 그 얘기를 나중에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동주 스님 편, 본문 51쪽
“저에게 수많은 스승을 만날 수 있도록 해 주시려고 하셨는지 은사스님께서는 일찍 사바세계를 떠나셨습니다. 어른스님들께 은사스님 법명을 말씀드리면 저를 다시 봐 주셨습니다. 마음을 더 써주신 거죠. 어른스님들 모두가 그러셨던 것 같습니다.”
-정우 스님 편, 본문 68쪽
제자의 공부를 위해 까마득한 후배에게 절을 하는 은사의 깊은 사랑으로 당신의 오늘이 있게 되었다고 은사를 흠모하는 조계종 어장 동주 스님, 비록 일찍 가셨으나 차세대 한국불교를 이끌어 갈 세 분 거목 중의 한 분으로 손꼽힐 정도로 잘 살고 가신 은사스님 덕분에 수많은 스승들의 각별한 지도로 수행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걷고 있다고 밝히는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정우 스님 등 스물한 분 스님들의 스승 이야기는 책 제목 그대로 깊은 ‘흠모’를 불러일으킨다.
금생은 안 태어났다 생각하고 정진하라
공부하다 죽어라,
7일이면 깨칠 수 있다
중은 논두렁을 베고 죽어야 한다
“‘중은 금생 한 생은 없는 셈치고 살아야 한다’고 당부하시는데, 처음 그 말씀을 들을 때는 큰 충격이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음미해 보니 저 스스로를 경책하는 말씀이었어요. 지금도 은사스님의 그 말씀을 항상 가슴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지안 스님 편, 본문 188쪽
“‘공부하다 죽어라. 공부하다 죽는 것이 사는 길이다. 옳은 마음으로 옳은 일 하다가 죽으면 안 죽는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원각 스님 편, 본문 267쪽
“아무리 미련하고 못난 사람이라도 7일이면 도를 성취한다고 했습니다. 만일 7일 만에 깨치지 못한다면, 공부하는 사람의 정신 자세가 철저하기 못했기 때문이지, 기간이 짧기 때문은 절대로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동명 스님 편, 본문 308쪽
“머리만 깎았다고 중 된 것이 아니다. 거기에 맞게 살아야 한다. 중은 평생 정진하다가 논두렁 베고 죽을 각오를 해야 된다 아이가. 중노릇이 쉬운 기는 아니다.”
-원택 스님 편, 본문 363쪽
불교에서 스승만큼 중요한 존재는 없다. 부모에게 육신을 받았다면 스승에게서는 법을 받아 진리의 삶으로 환골탈태하기 때문이다. 스승은 제자의 전 인격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하여 서릿발처럼 엄하게 제자를 이끈다. 한국불교의 수행 가풍이 면면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스승의 엄격한 지도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계종 종정을 지내신 혜암 스님은 “공부하다 죽으라”고 했고, 동국대학교 이사장과 조계종 중앙종회의장을 지내신 벽안 스님은 “금생은 안 태어난 셈치고 정진하라”고 했다. 내소사 조실이었던 해안 스님은 “7일이면 깨칠 수 있다”면서 공부하는 사람의 자세가 철저해야 함을 역설했고, 조계종 종정을 지내신 성철 스님은 “중은 논두렁을 베고 죽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찰나찰나 용맹 정진할 것을 강조했다. 선지식들의 서슬 퍼런 훈계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대자비심의 발로요, 그 덕분에 제자들은 올곧은 수행자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인재가 되어라
재가자도 견성할 수 있다
우리는 부처다 부처로 살자
보배로운 나의 근본이 바로 주인공
“스님들이 출가를 한 것은 세상에 이익을 주기 위해서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수행을 해야 하고 그런 과정을 거쳐서 세상의 인재가 되라고 늘 강조하셨습니다.”
-혜거 스님 편, 본문 19쪽
“선생님께서는 재가자도 생활 속에서 수행을 하면 견성할 수 있다고 하셨고, 이를 위한 방편으로 제시하신 것이 거사풍과 새말귀입니다. 쉽게 얘기해서 유마거사의 길을 걷자는 것입니다.”
-안경애 선원장 편, 본문 154쪽
“‘우리는 완성자다. 우리는 부처다. 우리의 능력은 무한하다. 무한공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큰스님 마하반야바라밀 사상의 핵심입니다.”
-지홍 스님 편, 본문 259쪽
“주인공 관법을 통해 스스로의 내면을 지켜보고 그 마음을 돌려씀으로써 생활이 곧 불법(佛法)이며 그 주체가 바로 우주의 중심인 나 자신임을 참답게 알게 하는 것이 대행 스님께서 가르쳐주신 마음공부의 핵심이라 할 수 있지요.”
-혜원 스님 편, 본문 329쪽
스승은 한 사람의 삶의 이정표를 송두리째 바꾸는 분들이다. 우리 시대 선지식들의 한결같은 가르침은 스스로 삶의 주인공임을 믿고 열심히 수행하여 널리 세상 사람들에게 진리를 전하라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도를 깨달아야겠다는 원력, 중생과 세상을 건져야겠다는 원력, 세상의 모범이 되어야겠다는 원력’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샘솟는다. 흠모하는 스승들의 길을 따르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을 흠모하는 이들도 많아지는 것, 민들레 홀씨처럼 수행자들의 흠모가 사방으로 퍼질 때 예토가 정토가 되고, 천육백년 고목나무에 꽃이 필 것이다.
빛으로 오신 님 스승,
그분들이 있어 오늘의 우리가 있다
“저는 지금까지 만났던 분 중에 은사스님이 가장 아름답고 인간적이고 멋진 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법정 스님이 제 스승이니까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보다 인간적으로 끌렸기 때문에 당신의 기대라든지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했고,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덕현 스님 편, 본문 87쪽
“큰스님은 수행자의 표상이십니다. 큰스님의 삶을 보면 누구든지 수행 정진해 깨달음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런 스승을 모셨다는 것 자체가 큰 행운입니다. (…) 다시 태어나도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우리 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못다 한 공부를 할 것입니다.”
-원택 스님 편, 본문 369쪽
법정 스님의 인생의 롤 모델로 삼고 살아왔다는 덕현 스님, 어느 날 법정 스님께 인생에 후회되는 점을 여쭈었는데, “선원에서 선리를 철저하게 참구하고 그 길에서 다른 사람을 가르쳤어야 했는데……. 죽을 때 정신없이 죽지 마라”는 두 가지 말씀을 유언처럼 남기셨다고 한다. 스승의 말씀은 가슴에 화두로 각인되었고, 법정 스님의 유훈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스물한 분의 스님들은 한결같이 빛으로 오신 님, 스승과 인연을 행운이라 여기고 다음 생에도 그분들과 스승과 제자의 인연으로 만나 못다 한 공부를 할 것이라고 토로한다. 이 책을 통해 현대불교의 버팀목이 되었던 선지식들의 삶과 수행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이 되고, 천년의 보배인 마음공부로 입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울러 스승의 가르침이 삶의 원동력이 되고 길잡이가 되어 그 스승에 그 제자, 청출어람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을 통해 한국불교의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될 것이다.
◈ 저자 약력
유철주는 2003년 부처님 품 안에 들어와 불교계 언론 등에서 일해 왔다. 부처님 법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대중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한다. 현재 선(禪) 전문잡지 「고경」 편집장 겸 백련불교문화재단 기획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한국불교 어른스님 열여덟 분의 삶과 수행 이야기를 정리한 『산승불회』와 한국불교의 미래를 일구어 나갈 19명의 스님을 인터뷰한 『진광불휘』가 있다.
◈ 머리말
빛으로 오신 님, 바로 스승이셨습니다
길을 걸으니 온 천지가 따사롭습니다. 사람들의 표정에도 여유가 넘칩니다. 이맘 때 풍경을 통해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부처님오신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에서는 조계사가 한눈에 보입니다. 절을 보면 언제나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하나 둘 늘어가는 연등을 보니 더 기분이 좋습니다. 모두들 부처님의 자비가 가득한 날들 되시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불교에서 스승만큼 중요한 존재는 없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 이래 스승 없는 불자는 없기 때문입니다. 도(道)를 구하기 위해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스승과의 인연은 시작됩니다. 스승의 법(法)이 제자에게 이어지는 사자상승(師資相承)의 전통은 불교의 골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부처님의 법은 수많은 나라의 제자들에게 전해져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한국불교도 예외는 아닙니다. 수천 년을 이어온 한국불교의 전통 중에서 특히 현대 불교의 버팀목이 되었던 선지식(善知識)들의 삶과 수행을 그 제자들을 통해 다시 조명해 보려 했습니다. 또 출가은사가 아니어도 당신들의 수행을 이끈 선지식들과의 인연도 함께 알아보았습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신 스물 한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역시 그 스승에 그 제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나같이 스승의 가르침이 지금까지의 당신들 삶의 원동력이 되고 있었고 때로는 부족하지만 스승의 가르침을 올곧게 실천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계셨습니다. 저 역시 스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저는 선지식의 가르침이 더 많은 대중들에게 전해지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사실 이번 책은 2013년 한 해 동안 불교포커스에 연재했던 ‘빛으로 오신 님, 스승’을 묶은 것입니다. 1년 동안 졸고를 연재할 수 있게 해 준 불교포커스 신희권 대표, 정성운 주간, 박봉영, 여수령 선배와 출판을 허락해 주신 민족사 윤창화 사장님과 사기순 주간님 이하 직원 여러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더불어 항상 좋은 가르침을 주시는 조계종 원로의원 고우 큰스님, 문경 봉암사 수좌 적명 큰스님,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큰스님과 여러 스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또 저의 든든한 버팀목인 아내 김보배와 아들 유지호에게도 사랑의 마음을 건넵니다.
나의 스승 탄허 스님
-서울 금강선원장 혜거 스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인재가 되어라 …12
나의 스승 지관 스님
-前 중앙승가대 총장 태원 스님
항상 목표를 세워 정진하라 …28
나의 스승 대은 스님
-조계종 어장(魚丈) 동주 스님
70 넘은 노스님이 20년 후배에게 절을 한 까닭은? …46
나의 스승 홍법 스님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정우 스님
스승을 남기고 떠난 스승 …62
나의 스승 법정 스님
-법화림 덕현 스님
큰스님은 진정 ‘스님’이셨습니다 …80
나의 스승 금오 스님
-조계종 원로의원 월서 스님
놀지 말고 참선을 하든지 일을 하라 …96
나의 스승 관조 스님
-가평 백련사 주지 승원 스님
스님의 사진은 사리(舍利)입니다 …112
나의 스승 청화 스님
-동사섭 행복마을 이사장 용타 스님
‘청정’과 ‘정진’의 또 다른 이름 ‘청화’ …128
나의 스승 백봉 김기추 거사
-보림선원 서울선원 안경애 선원장
분명히 재가자도 견성할 수 있다 …146
나의 스승(노스님) 보문 스님
-봉화 축서사 선원장 무여 스님
보문 노스님이 좀 더 살아계셨더라면… …162
나의 스승 벽안 스님
-조계종 고시위원장 지안 스님
금생은 안 태어났다 생각하고 정진하라 …180
나의 스승 서옹 스님
-고불총림 백양사 주지 진우 스님
계속 놓아라 그것이 참사람의 마음이다 …196
나의 스승 ‘선지식들’
-前 조계종 교육원장 무비 스님
저는 스승 복이 참 많은 사람입니다 …214
나의 스승 묘엄 스님
-수원 봉녕사 주지 자연 스님
부처님 사상에 충실한 삶을 살아라 …232
나의 스승 광덕 스님
-서울 불광사 회주 지홍 스님
우리는 부처다 부처로 살자 …250
나의 스승 혜암 스님
-해인총림 해인사 유나 원각 스님
공부하다 죽어라 …266
나의 스승 일타 스님
-동국대 정각원장 법타 스님
참선을 좀 했으면 좋겠는데… …284
나의 스승 해안 스님
-서울 전등사 전등선림 선원장 동명 스님
7일이면 깨칠 수 있다 …302
나의 스승 대행 스님
-안양 한마음선원 주지 혜원 스님
보배로운 나의 근본이 바로 주인공 …318
나의 스승 청담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 혜자 스님
베풀고 나누면서 수행하라 …336
나의 스승 성철 스님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
중은 논두렁을 베고 죽어야 한다 …354 2014-04-16 14:55
세상을 떠나서도 제자를 보살피는 스승의 은혜……
“은사스님께서 송암 스님을 찾아가 ‘스님이 알고 있는 소리는 하나도 빠짐없이 원명이에게 가르쳐 달라’며 절을 했다고 합니다. 그때 은사스님 나이가 70이 넘었고, 송암 스님은 이제 막 50줄에 접어들었는데, 제자의 공부를 위해 후배스님에게 절을 하신 거죠. 그 얘기를 나중에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동주 스님 편, 본문 51쪽
“저에게 수많은 스승을 만날 수 있도록 해 주시려고 하셨는지 은사스님께서는 일찍 사바세계를 떠나셨습니다. 어른스님들께 은사스님 법명을 말씀드리면 저를 다시 봐 주셨습니다. 마음을 더 써주신 거죠. 어른스님들 모두가 그러셨던 것 같습니다.”
-정우 스님 편, 본문 68쪽
제자의 공부를 위해 까마득한 후배에게 절을 하는 은사의 깊은 사랑으로 당신의 오늘이 있게 되었다고 은사를 흠모하는 조계종 어장 동주 스님, 비록 일찍 가셨으나 차세대 한국불교를 이끌어 갈 세 분 거목 중의 한 분으로 손꼽힐 정도로 잘 살고 가신 은사스님 덕분에 수많은 스승들의 각별한 지도로 수행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걷고 있다고 밝히는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정우 스님 등 스물한 분 스님들의 스승 이야기는 책 제목 그대로 깊은 ‘흠모’를 불러일으킨다.
금생은 안 태어났다 생각하고 정진하라
공부하다 죽어라,
7일이면 깨칠 수 있다
중은 논두렁을 베고 죽어야 한다
“‘중은 금생 한 생은 없는 셈치고 살아야 한다’고 당부하시는데, 처음 그 말씀을 들을 때는 큰 충격이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음미해 보니 저 스스로를 경책하는 말씀이었어요. 지금도 은사스님의 그 말씀을 항상 가슴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지안 스님 편, 본문 188쪽
“‘공부하다 죽어라. 공부하다 죽는 것이 사는 길이다. 옳은 마음으로 옳은 일 하다가 죽으면 안 죽는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원각 스님 편, 본문 267쪽
“아무리 미련하고 못난 사람이라도 7일이면 도를 성취한다고 했습니다. 만일 7일 만에 깨치지 못한다면, 공부하는 사람의 정신 자세가 철저하기 못했기 때문이지, 기간이 짧기 때문은 절대로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동명 스님 편, 본문 308쪽
“머리만 깎았다고 중 된 것이 아니다. 거기에 맞게 살아야 한다. 중은 평생 정진하다가 논두렁 베고 죽을 각오를 해야 된다 아이가. 중노릇이 쉬운 기는 아니다.”
-원택 스님 편, 본문 363쪽
불교에서 스승만큼 중요한 존재는 없다. 부모에게 육신을 받았다면 스승에게서는 법을 받아 진리의 삶으로 환골탈태하기 때문이다. 스승은 제자의 전 인격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하여 서릿발처럼 엄하게 제자를 이끈다. 한국불교의 수행 가풍이 면면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스승의 엄격한 지도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계종 종정을 지내신 혜암 스님은 “공부하다 죽으라”고 했고, 동국대학교 이사장과 조계종 중앙종회의장을 지내신 벽안 스님은 “금생은 안 태어난 셈치고 정진하라”고 했다. 내소사 조실이었던 해안 스님은 “7일이면 깨칠 수 있다”면서 공부하는 사람의 자세가 철저해야 함을 역설했고, 조계종 종정을 지내신 성철 스님은 “중은 논두렁을 베고 죽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찰나찰나 용맹 정진할 것을 강조했다. 선지식들의 서슬 퍼런 훈계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대자비심의 발로요, 그 덕분에 제자들은 올곧은 수행자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인재가 되어라
재가자도 견성할 수 있다
우리는 부처다 부처로 살자
보배로운 나의 근본이 바로 주인공
“스님들이 출가를 한 것은 세상에 이익을 주기 위해서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수행을 해야 하고 그런 과정을 거쳐서 세상의 인재가 되라고 늘 강조하셨습니다.”
-혜거 스님 편, 본문 19쪽
“선생님께서는 재가자도 생활 속에서 수행을 하면 견성할 수 있다고 하셨고, 이를 위한 방편으로 제시하신 것이 거사풍과 새말귀입니다. 쉽게 얘기해서 유마거사의 길을 걷자는 것입니다.”
-안경애 선원장 편, 본문 154쪽
“‘우리는 완성자다. 우리는 부처다. 우리의 능력은 무한하다. 무한공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큰스님 마하반야바라밀 사상의 핵심입니다.”
-지홍 스님 편, 본문 259쪽
“주인공 관법을 통해 스스로의 내면을 지켜보고 그 마음을 돌려씀으로써 생활이 곧 불법(佛法)이며 그 주체가 바로 우주의 중심인 나 자신임을 참답게 알게 하는 것이 대행 스님께서 가르쳐주신 마음공부의 핵심이라 할 수 있지요.”
-혜원 스님 편, 본문 329쪽
스승은 한 사람의 삶의 이정표를 송두리째 바꾸는 분들이다. 우리 시대 선지식들의 한결같은 가르침은 스스로 삶의 주인공임을 믿고 열심히 수행하여 널리 세상 사람들에게 진리를 전하라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도를 깨달아야겠다는 원력, 중생과 세상을 건져야겠다는 원력, 세상의 모범이 되어야겠다는 원력’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샘솟는다. 흠모하는 스승들의 길을 따르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을 흠모하는 이들도 많아지는 것, 민들레 홀씨처럼 수행자들의 흠모가 사방으로 퍼질 때 예토가 정토가 되고, 천육백년 고목나무에 꽃이 필 것이다.
빛으로 오신 님 스승,
그분들이 있어 오늘의 우리가 있다
“저는 지금까지 만났던 분 중에 은사스님이 가장 아름답고 인간적이고 멋진 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법정 스님이 제 스승이니까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보다 인간적으로 끌렸기 때문에 당신의 기대라든지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했고,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덕현 스님 편, 본문 87쪽
“큰스님은 수행자의 표상이십니다. 큰스님의 삶을 보면 누구든지 수행 정진해 깨달음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런 스승을 모셨다는 것 자체가 큰 행운입니다. (…) 다시 태어나도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우리 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못다 한 공부를 할 것입니다.”
-원택 스님 편, 본문 369쪽
법정 스님의 인생의 롤 모델로 삼고 살아왔다는 덕현 스님, 어느 날 법정 스님께 인생에 후회되는 점을 여쭈었는데, “선원에서 선리를 철저하게 참구하고 그 길에서 다른 사람을 가르쳤어야 했는데……. 죽을 때 정신없이 죽지 마라”는 두 가지 말씀을 유언처럼 남기셨다고 한다. 스승의 말씀은 가슴에 화두로 각인되었고, 법정 스님의 유훈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스물한 분의 스님들은 한결같이 빛으로 오신 님, 스승과 인연을 행운이라 여기고 다음 생에도 그분들과 스승과 제자의 인연으로 만나 못다 한 공부를 할 것이라고 토로한다. 이 책을 통해 현대불교의 버팀목이 되었던 선지식들의 삶과 수행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이 되고, 천년의 보배인 마음공부로 입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울러 스승의 가르침이 삶의 원동력이 되고 길잡이가 되어 그 스승에 그 제자, 청출어람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을 통해 한국불교의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될 것이다.
◈ 저자 약력
유철주는 2003년 부처님 품 안에 들어와 불교계 언론 등에서 일해 왔다. 부처님 법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대중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한다. 현재 선(禪) 전문잡지 「고경」 편집장 겸 백련불교문화재단 기획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한국불교 어른스님 열여덟 분의 삶과 수행 이야기를 정리한 『산승불회』와 한국불교의 미래를 일구어 나갈 19명의 스님을 인터뷰한 『진광불휘』가 있다.
◈ 머리말
빛으로 오신 님, 바로 스승이셨습니다
길을 걸으니 온 천지가 따사롭습니다. 사람들의 표정에도 여유가 넘칩니다. 이맘 때 풍경을 통해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부처님오신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에서는 조계사가 한눈에 보입니다. 절을 보면 언제나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하나 둘 늘어가는 연등을 보니 더 기분이 좋습니다. 모두들 부처님의 자비가 가득한 날들 되시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불교에서 스승만큼 중요한 존재는 없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 이래 스승 없는 불자는 없기 때문입니다. 도(道)를 구하기 위해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스승과의 인연은 시작됩니다. 스승의 법(法)이 제자에게 이어지는 사자상승(師資相承)의 전통은 불교의 골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부처님의 법은 수많은 나라의 제자들에게 전해져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한국불교도 예외는 아닙니다. 수천 년을 이어온 한국불교의 전통 중에서 특히 현대 불교의 버팀목이 되었던 선지식(善知識)들의 삶과 수행을 그 제자들을 통해 다시 조명해 보려 했습니다. 또 출가은사가 아니어도 당신들의 수행을 이끈 선지식들과의 인연도 함께 알아보았습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신 스물 한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역시 그 스승에 그 제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나같이 스승의 가르침이 지금까지의 당신들 삶의 원동력이 되고 있었고 때로는 부족하지만 스승의 가르침을 올곧게 실천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계셨습니다. 저 역시 스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저는 선지식의 가르침이 더 많은 대중들에게 전해지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사실 이번 책은 2013년 한 해 동안 불교포커스에 연재했던 ‘빛으로 오신 님, 스승’을 묶은 것입니다. 1년 동안 졸고를 연재할 수 있게 해 준 불교포커스 신희권 대표, 정성운 주간, 박봉영, 여수령 선배와 출판을 허락해 주신 민족사 윤창화 사장님과 사기순 주간님 이하 직원 여러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더불어 항상 좋은 가르침을 주시는 조계종 원로의원 고우 큰스님, 문경 봉암사 수좌 적명 큰스님,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큰스님과 여러 스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또 저의 든든한 버팀목인 아내 김보배와 아들 유지호에게도 사랑의 마음을 건넵니다.
2014년 4월
유철주 2014-04-16 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