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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8월 14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공항에서 영접했다. 박 대통령이 외빈을 직접 마중나간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종교색을 거의 내비치지 않았지만 학생시절 천주교 세례를 받은 천주교인이라는 사실은 알려져 있다. 자서전에 따르면 학창시절 경호원을 따돌리고 유일한 일탈을 했던 곳이 바로 명동성당이고, 2004년 야당 대표가 된 첫날 찾은 곳도 명동성당이었다. 어머니 육영수 여사는 독실한 불교신자였는데 박 대통령은 왜 천주교인이 됐을까. 답은 의외로 육 여사에게 있다. 육 여사는 청담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불교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지원하는 등 불심(佛心)이 깊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을 천주교에 귀의하도록 이끌었다.
육 여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천주교 세례를 받도록 하기 위해 김남조 시인(숙명여대 교수)에게 여러 차례 편지를 보내 딸의 대모가 돼 달라고 부탁했고, 박근혜(율리아나)-박근령(클라라) 자매에게 세례를 받게 했다. 또 아들 박지만씨의 영어공부를 위해 성심수녀원의 외국인 수녀에게 특별한 부탁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청와대 통치사료실에 보관된 육영수 여사의 편지에서 드러난다.
육 여사의 1967년 편지다. <김 여사님은 대통령과 저에게 종교를 갖도록 그리도 간곡하게 권고하셨습니다. 이 따뜻한 권고를 감사히 여기며 경건하게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천주님의 은총이 항상 김 여사님과 같이하시기를 바랍니다.>
육 여사가 1969년 메리 라이리 수녀에게 보낸 편지다. <친애하는 라이리 수녀님, 지만이가 자상하신 라이리 수녀님의 보살핌에 그 경건하고 새로운 환경에 접하여 배우고 느낀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례를 받는 사진을 보면 흐뭇한 미소를 띠고 딸을 바라보는 육 여사의 모습이 있다. 불심이 깊었던 육 여사가 1960년대에 자녀들을 천주교로 이끈 것은 남편 박정희 대통령이 앞장서 왔던 ‘근대화’의 일환이었던 것은 아닐까.⊙ 월간조선 2014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