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에 닮긴 삶(14) - 한잔의 우유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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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에 닮긴 삶(14)
<한 잔의 우유>
무더운 열기를 한바탕 소나기가 쓸고 간 자리에 햇살이 돋아나면 백합꽃의 그윽한
향기와 함께 매미소리가 시원스럽다. 사바(娑婆)세계를 살아가노라면 사람으로 인하
여 상처받는 일이 허다하다. 나를 화나게 하는 것도 사람이고 슬프게 하는 것도, 마음
을 상하게 하는 것도 사람이다. 반면에 절망하는 나에게 희망과 용기와 즐거움을 주
는 것도 사람이다. 낮과 밤이 있어 어둠과 밝음이 있듯이 슬픔과 기쁨, 고통과 환희,
불안과 평온의 부정과 긍정이 상존하면서 서로 공존하는 것이 세상사인지도 모른다.
어둠이 있기에 밝음의 소중함을 절감하듯이 삶의 지혜는 이런 부정적인 요소들을
긍정적으로 승화시켜 자기에게 유익하도록 하는데 있는 것이다. 생의 행로에서 부딪
치는 힘겨운 역풍들을 지혜의 돛으로 순풍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슬기로운 삶이다.
역사에 남겨진 위대한 인물이나 존경받는 사람들이 남긴 발자취들은 모두가 절망을
딛고 역경을 순경으로 전환하여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구현한 사람들이다.
세계최고의 의과대학인 존스 홉킨스 대학병원(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소재)의
공동설립자이자 산부인과 분야의 권위자였던 하워드 켈리 박사의 우유 한잔에 얽힌
이야기는 지금도 세계인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있다. 아무런 보답을 바라지 않으면
서 베푼 따뜻한 온정이 한사람의 인생행로를 결정하고 행복을 가져다준 이야기는
사람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하워드 켈리(Howard Atwood Kelly, 1858-1943)
박사는 31살에 존스 홉킨스 대학의 산부인과 교수가 되었고 미국 최초로 제왕절개
수술에 성공하고 여성 질병의 수술방법개발 등 여성의학 분야의 권위자로 미국산부
인과 학회장을 역임한 미국최고의 산부인과 의사였다. 그는 1858년 뉴저지의 캠던
에서 설탕도매상인 아버지와 청교도 목사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외아들로 태어났
다. 어릴 때부터 언어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고 15살에 대학에 입학할 정도로 천재적
인 두뇌의 소유자로 넉넉한 집안 살림에도 불구, 대학등록금을 아르바이트로 충당한
모범생이었다. 하워드 켈리는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을 돕는 것을 좋아하였다. 의대에
진학해서는 부유한 집 자제에 우수한 성적이라는 이유로 주위사람들로부터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
어느 날 켈리는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는 환자를 동료들이 비난하자 환자를 빨리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옹호하다가 그 환자에 의해 간호사가 다치자 모든 비난이
켈리에게 쏟아졌고 켈리는 책임을 떠안고 병원에서 나왔다. 의대자퇴를 놓고 고심하
다가 마지막으로 생각을 정리하기위해 자전거여행을 떠난 켈리는 산속에서 자전거가
망가져 오도 가도 못하는 한 남자를 발견, 30분만 자전거를 빌려달라는 부탁에 자전
거를 주었지만 3시간이 지나도 그 남자는 켈리를 찾아오지 않았다. 남을 돕다가 길을
잃어 며칠을 헤매다가 어느 집 앞에서 쓰러졌다. 며칠을 굶은 그에게 집주인은 우유
한잔을 건넸고 켈리는 아무생각 없이 우유를 받아 마신 후 그 집에서 하루를 더 묵었
다. 알고 보니 켈리가 마신 우유가 그 집 간난아이에게 먹일 마지막 우유였다. 집주인
의 배려에 감동한 켈리는 남을 돕는다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자신의 신념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이후 사람들을 도우며 살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공부에
매진,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위한 미국 최고의 존스 홉킨스 대학병원을 세웠다.
10여년이 지나 켈리는 병원에 희귀병으로 입원한 환자가 자신에게 우유한잔을 준
여인임을 알아보고 직접 수술을 맡아 병을 완치시킴은 물론 병원비까지 지불했다.
엄청난 치료비를 걱정하는 환자의 치료비 청구서에는 ‘한 잔의 우유로 모두 지급되었
음(paid in full with one glass of milk)’이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하워드 켈리 박사는
평생을 가난한 사람을 치료하고 도와주며 살다가 85세로 생을 마감했다. 존스 홉킨스
병원은 켈리의 뜻대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무료진료와 자선숙박시설을 통해 꾸준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참된 선행이 어떤 것인가를 깨닫게 하는 ‘한 잔의 우유’ 이
야기는 우리들 가슴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한 송이 꽃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 주간한국문학신문 기고 칼럼(2014.8.20)/청강 허태기 -
태국 어느 이동통신회사의 광고 동영상 내용이 떠오릅니다.
아무튼 환절기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원경 권태근 합장 2014-11-13 1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