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에 닮긴 삶(16) - 공명현상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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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에 닮긴 삶(16)
<공명현상>
1950년 일본의 미야자키현 고지마(小島)라는 무인도에서 일어난 일로, 그 곳에는 원숭이
들이 무리지어 서식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먹이는 주로 고구마였다고 한다. 원숭이들은 고구
마에 묻은 흙을 주로 손으로 털어 내고 먹었는데, 어느 날 한 살 반짜리 암컷 원숭이 한 마리
가 강물에 고구마를 씻어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원숭이들이 하나, 둘 흉내 내기 시작
했으며, '씻어 먹는 행위'가 새로운 행동 양식으로 정착해 갔다. 고구마 씻기를 하는 원숭이
수가 어느 정도까지 늘어나자 이번에는 고지마 섬 이외 지역의 원숭이들 사이에서도 똑같은
행위가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났다. 불가사의(不可思義)하게도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다카
자키산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 서식하는 원숭이들도 역시 고구마를 씻어 먹기 시작했다.
서로가 전혀 접촉이 없고, 의사소통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치 신호를 보내기라도 한 것
처럼 정보가 흘러 간 것이다.
미국의 과학자 라이올 왓슨(Lyall Watson)은 이것을 ‘백마리째 원숭이 현상’이라고 이름
을 붙였다. 어떤 행위를 하는 개체의 수가 일정량에 달하면 그 행동은 그 집단에만 국한되지
않고 공간을 넘어 확산되어 가는 불가사의한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이 학설은 1994년에
인정되었다. 많은 동물학자와 심리학자가 여러 가지 실험을 한 결과, 이것은 원숭이 뿐 아니
라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나 조류, 곤충류 등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상의 가치관이나 구조는 깨달은 10%의 사람에 의해 바뀐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깨달으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먼저 10%가 깨달으면 사회와 세계를 바꿀 수가 있다는 것
이다. 이것은 시공을 초월한 '공명현상(共鳴現象)'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공명(共鳴: 껴울림)은 특정 주파수(진동수)에서 큰 진폭으로 작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의 특정 진동수를 공명 진동수라고 하며 공명 진동수에서는 그네의 원리처럼 작은 힘
의 작용에도 큰 진폭 및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딱딱한 바닥에 쇠 조각을 떨어뜨릴
때와 나무 조각을 떨어뜨릴 때의 소리는 쉽게 구분된다. 이는 두 물체가 바닥에 떨어질 때
다르게 진동하기 때문이다. 탄성물질로 이루어진 물체가 진동할 때는 그 물체에 해당하는
특별한 진동수로 진동하여 특유한 소리를 만들게 되는 데 이러한 특정 진동수를 "고유진동
수"라고 한다. 모든 물체는 각각의 고유한 진동수를 가지고 진동하며 물체는 여러 개의 고유
진동수를 가질 수 있다. 물체가 지닌 고유진동수와 같은 진동수의 외력이 주기적으로 전달
되어 진폭이 크게 증가하는 현상을 공명현상이라고 한다. 공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그것을
진동시킬 힘과 계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에너지가 요구된다.
공명의 특이한 예로 1831년 캘버리 부대가 영국 맨체스터 근교의 육교를 행진해 지나갈
때 부대의 행진 박자가 다리의 고유진동수와 일치하여 다리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이후로 군부대가 다리 위를 지날 때는 박자를 맞추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1940년 11월
7일 미국 워신턴 주 타코마 해협(Tacoma Narrows)에 놓인 착공 된지 4개월 밖에 안된 현수
교(Suspension Bridge)가 바람과 공명을 일으켜서 붕괴가 되었다. 작은 바람이 다리의 자연
진동수와 같은 진동수로 불어와서 공명을 일으키는 바람에 진폭이 점점 커져서 결국은 무너
진 것이다. 190km/h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 된 타고마 다리가 바람의 풍속이
70km/h에 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유진동수에 의한 진동으로 인해 길이 840m의 거대 철
구조물이 붕괴되었던 것이다. 물리학자들의 이론에 의하면 우주자체가 파동에너지의 덩어
리로 만물은 파동구조(波動構造)를 지니고 있어 에너지가 일정 수준에 달하면 공명작용을
일으켜 이처럼 신이한 현상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종교인들의 기도행위도 같은 원리로 보아 무방할 것이다. 수년전 필자가 북한산에 위치한
도선사 대웅전의 불상에서 방광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직접 확인하기위해 도선사로 가보
았다. 대웅전에 모신 불상의 몸에서 은은한 불빛이 마치 사람이 호흡하는 것처럼 빤짝이는
현상을 목격하고는 혹시 전기적인 장치나 촛불의 반사작용은 아닌지 유심히 주위를 살펴보
았으나 그런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그 무렵이 집중 기도기간으로 수많은 불자들이
주야로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확인하고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기도에너지가 불상에
어려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추정했을 뿐이다. 기도하는 사람들의 염력(念力)에너지가 임계
점을 지나면 그 파동의 힘이 무한대로 확산되어 시공간을 초월, 우주를 관통하고 그 메아리
가 기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종교인들은 기도의 위신력(威信力)이라고
한다.
능인선원 지광 스님의 말씀에 의하면 미국에 유학간 아들이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어 그
부모가 영문을 몰라 애가 타서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소식을 알 수가 없자 그저 부처님 전에
몸 마음 다해 자식의 안녕기도만 빌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 쯤 지난 뒤, 아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몸이 아파 응급실로 실려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데 어머니가 간절한 마음으로 절을
올리는 모양을 꿈속에서 보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의학전문지 '메디칼 저널(Medical Journal)'에 실린 연구결과로 의학자인
"버드(R.C Byrd)"는 10개월 이상 기간 동안 병원 밖에서 올린 기도의 효과를 측정하는 실
험을 했다고 한다. 기도의 대상이 된 환자들에게 기도대상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하고
기도하는 사람에게도 다만 이름만 알려주고 환자가 누군지도 모르게 하였다. 기도대상자들
은 모두 고질병환자(기관지, 호흡곤란, 페부종 등)로서 상태가 극히 악화일로에 있는 사람
들이었다. 10개월 뒤, 기도대상 환자들은 증상이 완화되고 항생제 투여량이 1/5로 감소되
었다. 다른 환자와 현저한 차이로 상태가 호전되었다. 이후 "해리스(W.S Harris)"라는 사람
도 12개월 동안 비슷한 실험을 진행한 결과 비슷한 결과를 확인하였다고 한다.
1996년 6월 24일자『타임즈』에 보도된 내용으로, 캘리포니아 퍼시픽 메디컬 센터의 보
완의학 연구소장 "타거(E. Tag)"와 "시커(Sicher)"는 에이즈로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도에 대한 실험을 하였다. 기도를 자원한 사람들에게 40명의 치유할 환자의 이
름과 사진을 주고 일체의 통신 및 개별접촉을 금지하고 하루 한 시간씩 일주일 중 6일 동안,
총 10주간의 원격치유기도를 수행하였다. 기도자들은 매주 돌아가며 환자들을 바꾸었다.
6개월 동안 원격치유 기도 후 분석결과 원격기도치유를 받은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악화된 증상이 나타나는 빈도가 4:1의 비율로 현저히 감소되었고, 병동입원일자도 줄
어들었다. 그 기간 중 기분도 좋아졌다고 한다. 기도를 받은 AIDS환자그룹은 한명도 죽지
않았으나 그렇지 않은 그룹의 환자는 40%가 죽었다고 한다. 실험결과 원격치유기도의 효과
가 분명히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기도의 염력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불가
사의한 힘이 작용함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연구결과이다.
기도는 인간의 영혼을 맑히는 가장 아름다운 행위라고 한다. 다중의 선한 행위들이 공명을
일으켜 병든 마음 병든 사회를 치유하는 방편이 되었으면 한다. 바야흐로 아름답게 물들어
가는 가을 단풍에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고운 마음을 띄워 본다.
- 주간한국문학신문 기고 칼럼(2014.10.22)/청강 허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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