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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사라져가는 불교서적들.....

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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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느긋하게 피로를 풀기 위해 집사람과 진주 관문에 새롭게 생긴 목욕탕으로 간다.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탕 속에서 있다가 나와야지 했는데 시계를 보니 겨우 10분이 지났다. 사우나는 건식이든 습식이든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대충 정리하고 나왔는데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같은 층에 문을 연 대형서점에서 시간을 죽일 요량으로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책 구경 사람 구경에 취해본다.

서울이나 대도시가 아닌 지방에서 보기 힘든 규모의 서점이다. 군데 군데 준비된 편안한 쇼파나 책상에 앉아 자유롭게 책을 보는 사람들 모습이 이채롭다.

입구 오른쪽은 필기도구나 문구를 파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고, 영화에서 봄직한 이층 높이의 이동식 사다리가 있어 저 위쪽의 책도 올라가서 볼 수도 있게 되어 있었다. 아무리 매장이 넓어도 자신의 관심사에 눈이 먼저 간다고 불교서적이 어디있나 찾아보았다.

매장 끝부분에 인문.종교 코너가 있는데 아래에 있는 영문이 눈에 거슬린다. 사회(Social), 과학(sciences), 종교(Religion). 불교를 공부한 우리 포교사님들이 알고 계신 것 처럼 릴리전은 다시(re)+연결하다(ligion)라는 즉, 신과의 재 결합을 의미하는 미국식 표현이다. 종교는 마루 종(宗)+가르칠 교(敎)로 가장 큰 가르침이란 뜻이며 기록에 의하면 당나라 실타난타가 번역한 [대승입능가경]에 종(宗)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스스로 체득한 깨달음 자체이며 교(敎)는 그것에 대한 언표(言表)라고 정의하고 있다. 종교 속에 불교가 포함되고 있는 달갑지 않은 세태를 보며 릴리전 옆에 부디즘(Buddhism)을 추가했으면 한다.

인문.종교 공간에 성경 코너가 있어 불교라고 적은 작은 팻말이라도 찾을까 몇 번을 다녔지만 어느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 자세히 보니 성경코너에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불교 수업]이라는 여섯권의 불교서적이 꽂혀있다. 마치 교회 간판이 걸린 건물에 이름도 없이 세들어사는 사찰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나오면서 매장 내 책을 검색하는 PC에 [부처님의 생애]를 입력하고 검색을 눌렀다. 책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직원에게 문의하라."는 안내 메시지가 나온다. 영리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를 상대로 불교 코너를 만들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잘 팔리지 않는 책은 구석에 배치되는 것이 당연하고 결국에는 매대에서 퇴출되는 것이 수순이다. 전국의 서점에 불교서적을 전시하는 코너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우리 불자들이 일년에 한권이라도 책을 구입하는 것이 해결책일 것이다.

그나마 베스트셀러 공간에 법륜스님의 "스님의 주례사"와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이 전시되어 있어 씁쓸한 위안이 되었다.

         불기2561(2017)년 1월 28일 진주에서 혜안 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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