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6-5. 참선문.
오홍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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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참선문
참선문은 중생도 누구나 부처의 성품(불성)을 갖고 있으니 선정을 통해 자기가 가지고 있는 불성을 보고 체험하게 하므로 단박에 깨닫게 하는 것이다.
선(禪)은 부처님 재세 시에도 있던 수행방법인데 부처님과 마하가섭이 삼처전심(三處傳心)에서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대표적인 것으로 깨달은 마음은 말로 무어라고 표현하기 어렵고 깨달은 사람이 깨닫고자 노력하는 수행자를 이심전심으로 깨쳐줄 수밖에 없어 이심전심하는 방법이 선인 것이다.
깨달은 선지식(눈 밝은 스승)이 참문(질문과 대답)을 통해 제자가 깨달은 정도를 확인하고 제자에게 근기에 맞는 참구(參究)과제를 주어 참구과제에 몰입하게 하여 일심을 이루고 참구과제를 준 스승의 마음을 터득하는 과정에서 무아와 무심의 경지에 도달해 깨닫도록 수행을 하게 한 후 참문을 통해 깨달은 것이 확인되면 인가하는데 이것이 선의 일반적인 수행방법이고 후일 북방불교에서 조사선으로 정립시켰다.
오늘날 남방불교의 수행방법인 사마타와 위빠사나든 북방불교의 지관수행, 묵조선, 간화선이든 모두 그 원류는 삼마디(삼매: 선정) 즉 조사들로부터 전해져 온 선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단지 참구과제를 어떤 상태에서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조금 차이가 있을 뿐이다.
즉 깨달으려면 아견 즉 아상이 없어져야하는데 이 아견을 없애기 위해 의식을 어느 한곳에 집중시켜 일심을 만들고 이 상태를 지속시켜 무심의 경지에서 사물을 관하여 사물의 실상을 보는 과정을 밟게 되는데 이 과정을 진행시키는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남방불교의 수행방법인 사마타(정적, 고요, 집중을 의미. 정:定 또는 지:止)와 위빠사나(지혜, 통찰을 의미. 혜:慧 또는 관:觀)에서는 스승의 지도아래 주로 수식관을 통해 한 감각부분에 집중하여 다른 모든 감각을 배제하고 일심(니밋타 & 까시나)을 만들고 일심을 지속 안정시켜 개개의 특정 사물을 관하여(깔라파) 사물의 생성 소멸원리(연기)를 알아 마음의 집착이 사물을 생성 소멸시키고 일체만물이 마음의 소산임을 체득하여 무아의 상태에서 집착을 아주 떠난 무심의 경지에 이르게 하므로 깨달음을 이루게 하는데 지역과 선사에 따라 부분적으로 약간의 차이는 있다.
초기불교 수행방법인 사마디는 북방불교 선으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데 북방불교 유식학파의 소의경전인 해심밀경에서 “대승불교에서는 무엇에 대하여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하나요?” 라는 질문에 미륵보살은 “사마타 수행은 분별이 없는 영상에 의해 반연된 인식대상이고 위빠사나는 분별을 벗어나 있는 영상에 의해 반연된 인식대상이다.” 라고 대답한 것이나 육조 혜능조사가 제자 법달 의 물음에 “선정은 밖으로 경계에 접하여도 반연되지 않고 안으로 헐떡거림을 쉬어서 편안한 상태” 라고 한 것이 이를 잘 알려주고 있다.
반연되지 않는 상태란 전오식 감각기능이 일어나도 7식 8식 6식이 청정하여 상을 만들지 않는 상태를 말하고 헐떡거림이 없다는 것은 욕심이 완전히 사라져 사물과 관념에 대한 욕구가 사라진 상태를 말하는데 지관수행이나 조사선에서 분화된 묵조선 간화선이 지관겸수 정혜쌍수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그 원리에 있어 남방불교의 수행법인 사마타 위빠사나와 동일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북방불교는 조사선이 번창하여 많은 종사와 선사들이 출현하였을 때는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수행자를 깨닫게 할 수 있었으나 세태가 변하여 안일을 추구하여 차차 깨닫겠다는 열의가 식어 깨달은 선사가 줄어들고 깨달은 경지가 낮은 이가 조사나 종사 흉내를 내고 기이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이를 시정하고 보완하는 묵조선과 간화선이 등장하게 된다.
묵조선은 중생은 누구나 불성을 가졌으니 깨달음은 본래 이루어져 있는 것인데 오직 자각하지 못할 뿐이라는 조사들의 가르침(신심명, 증도가 등)에 따라 깨달음을 바라고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행위 자체가 깨달음을 나타내는 것임을 자각하게 하는 것으로 자기 내부에 내재하고 있는 청정한 자성에 의지하여 묵묵히 앉아서 모든 생각(번뇌 망상)을 끊고 청정한 자성에 의지하여 행을 하는 방법으로 조동종의 굉지정각 선사가 체계화 시킨 수행방법이고
간화선은 많은 눈 밝은 스승(명안종사:明眼宗師)들이 조사선을 통해 활발하게 제자들을 지도할 당시 참구과제나 참문 인가했던 문답에 주목하여 이 과제나 문답을 화두(말 또는 생각 이전. 말의 길 생각의 길이 끊어진 상태)라 하고 화두 중 명안종사들이 제자에게 강한 의심을 유발하기 위해 겹겹이 빗장을 걸어 놓아 그 뜻을 추구하다보면 이성적 사유나 분별을 떠나 일심에서 무아를 터득하고 차별심에서 벗어나 무심의 경지에 이르러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음이 검증된 화두를 공안이라고 하는데 경덕전등록에는 1700여 공안이 제시되고 있다.
간화선은 수행자의 근기에 적합한 공안을 택하여 깨달을 수 있다는 강한 믿음과 깨닫겠다는 강한 의지로 화두의 참 의미를 알고자하는 강한 의심을 일으켜 이 의심에 쌓여(의단:疑團) 일심을 이루고 자아의식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이루는 수행방법으로 오조법연, 원오극근(벽암록)을 거쳐 대혜종고 선사가 체계화시킨 수행법이다.
남방불교의 선 수행방법인 사마타와 위빠사나는 수행절차나 과정이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수행을 시작하고 진행시킬 수 있으나 세부적인 과정이 복잡하고 길어 진척에 어려움이 있으며 북방불교의 선수행방법인 묵조선이나 간화선은 논리가 간명하고 수행집중도가 강해 빠른 시간 내에 수행이 진척될 수 있으나 묵조선은 불법에 비교적 밝아야 할 수 있고 간화선은 수행자에게 의단을 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자생적으로 주어지던지 명안종사나 주변에서 적절한 때 수행자가 의단을 일으킬 수 있는 수행자의 근기나 여건에 맞는 적절한 화두(공안)를 던져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선 수행을 사마타와 위빠사나로 하든 묵조선 또는 간화선으로 하든수행자의 수행근기와 수행자를 지도해 줄 선지식과 수행여건이 중요한 것이지 어느 방식이 좋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느 방법으로 수행을 할 것인지는 수행하고자 하는 사람의 성향과 근기와 주변여건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이지 위에서 살펴본 5가지 수행문 또는 이외의 여러 수행방법 중 어느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사람의 성향은 대체로 크게 지(知)적인 사람과 정(情)적인 사람과 의지(意志)적인 사람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지적인 사람에게는 간경수행이나 참선수행이 적합할 것이고 정감이 풍부한 정적인 사람에게는 염불수행이 타 수행을 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며 의지적인 사람에게는 의식수행이나 주력수행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따라서 수행자 자신의 수행정도, 근기, 수행을 지도해 줄 선지식과 바쁜 일상생활을 고려해 수행시간과 장소 신체적인 조건에 따라 자신에게 적합한 수행방법을 찾아 수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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