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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스출처 - 조지훈님의 승무

서용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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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훈(趙芝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냥하고
이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출전>
 
 
 [문장] 11호(1939.12.)에 두 번째로 추천된 작품/[풀잎단장](1952) 수록
 
 
 
 
 
 <작품해설>
 
 
 조지훈이 19세때 착상, 11개월 후, 쓴지 7개월만에 완성(21세)한 작품으로 우리 겨레의 고풍스런 멋을 음악적으로 읊고 있다. 시적 화자는 승려가 춤추는 현장을 보면서, 승려의 춤사위와 의상의 움직임이 어우러진 달밤의 산사를 묘사하고 있다. 작품의 율조는 느린 2박율과 4박율을 겸용하였고, 시상의 전개는 거의 시각적 영상을 정태적으로 포착 배열하고 있다. 시인은 먼저 흰 빛 고깔을 접어 쓴 모양을 나비에 비교함으로써 젊은 승려의 고운 자태를 암시한다. 이어서 황촛불이 밝혀진 넓은 법당과 늦은 달빛에 젖어 있는 오동잎 등 주변적 풍광이 소묘된다. 그리고 승복의 넓은 소매와 춤 동작이 어우러진 순간을 포착하여 "돌아설듯 날아가"는 동작과 함께 넓게 휘두르는 소매 자락이 묘사되고, 정결하고 맵시 있는 버선이 춤동작의 축으로서 포착되고 있다. 계속해서 춤추는 여승의 정신적 지향이 일순간에 번뇌를 초월하고 정신적 열락에 드는 모습은 "별빛"에 모두운 눈으로 표현된다. 여기서 별빛은 불승이 세속적 번뇌를 초극한 상태에서 찾은 불교적 가치를 상징하는 것일 수 있다. 여기에서 시적 화자는 춤시위를 한동작 더 묘사하여 불심(佛心)을 환기시키는데, 손을 모으는 춤사위를 선정(禪定)에 드는 듯한 엄숙한 합장과 비교함으로써 세속적인 놀이의 춤사위가 아닌 "거륵한" 뜻을 일깨운다. 마지막 결사에서는 귀뚜리가 우는 깊은 밤이면서 동시에 승무의 감동에 의해 지새는 밤이라는 뜻을 담고, "이밤사"의 강조어를 배치하여 감흥이 심화되었음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이 시에는 정태적 묘사와 한 순간의 동작의 묘미를 포착하여 표현하는 놀라운 관찰이 어울려 있다. 춤 차체의 예술성에 관한 시적 인식과 함께 승무만이 지니는 정신미와 불심의 시화(詩化)가 어우러져 전통적 문화유산이 생동감 넘치게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주제는 인간번뇌의 종교적 승화(김희보), 해탈을 염원하는 한국적인 고전미(김현승), 승무를 통해서 본 우리 겨레의 슬픈 한과 아름다운 멋.   

 나빌레라 : 나비일레라, 나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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